얼마전 종영한 드라마 <온에어>에 보면 이런 장면이 나온다. 탑스타 오승하가 장기준과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자, 오승하 팬클럽에서 장기준과 면담 요청을 한다. 팬클럽은 "우리 승하 언니에게 뭐뭐뭐 해주세요" 라며 리스트를 제시한다. 이 장면이 다소 희화화되긴 했지만, 요즘 팬클럽은 자신들이 아끼는 스타를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정말 실질적으로 고민을 하고 행동에 옮기는 것이 사실이다.
예전에 스타를 홈모해본 분이라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편지지에 연필로 또박또박 편지를 쓰고 작은 선물과 함께 우편으로 스타에게 보내는 게 전부라고 생각해왔을지 모른다. 하지만 요즘의 팬클럽은 이 스타가 계속 "잘나가게" 하기 위해 필요한 물적, 심적, (그리고 가장 중요한) 쪽수로 지원을 한다.
건강을 챙기기 위해 보약을 지어주는 것 정도는 하찮다. 스타가 매니지먼트 회사에 의해 혹사당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챙긴다. 특정한 날에는 "광클"을 통해 검색어 1위를 선물로 준다. 인터넷에서 그 스타의 입지를 굳건히 하는 좋은 방법이다. 스타가 방송에 한번이라도 더 출연할 수 있도록 팬클럽이 기념일에 PD들에게 선물을 보내는 식으로 챙긴다니, 이 정도면 그들의 영리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그렇다. 나는 이 현상을 소위 "광기"나 "빠순이/빠돌이 짓"보다는 "영리함"으로 해석하고 싶다.
한 스타를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스타에게 편지와 선물을 보내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자아성찰에서 이 모든 것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우리 스타가 최고의 위치에 서기 위해서는 팬클럽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할 것인가에 대해 토론이 벌어졌을 것이고, 거기서 모아진 아이디어들이 하나하나 실행된다.
즉, 연예시스템에 대한 고찰을 통해, "스타 혼자서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열심히 한다" 이것만으로 부족한 것을 깨달은 것이다. 매니지먼트 회사를 움직이고 방송사 PD, 스포츠신문 기자를 움직여야 "그 스타가 뜰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철부지 10대들이라 무시하기에는 너무나 영리하지 않은가?
최장집 교수에 대한 사상검증에 반발하여 태동한 안티조선운동.
여론주도층으로 하여금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는 선언까지 이끌어내면서 성과를 보였지만 대중화에는 일정정도 한계를 나타냈다. 주로 "조선일보는 이러이러해서 나쁩니다"라는 식의 컨텐트 공급 방식에 의존하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조선일보 독자수 감소를 통해 그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조선일보 논조의 변화를 이끌어내려고 했지만 그들의 물질 공세에 철옹성은 쉽게 허물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2008년 촛불세대의 등장과 함께 안티조중동 운동은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한다. 무수한 왜곡과 편향된 시각 때문에 조중동이 우리 사회에 끼친 해악은 어느정도 공감대를 얻어왔다. 이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 영리한 접근을 시작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행동이 광고주에 대한 압박이다. 조중동에게 "너희들의 논조를 바꿔!"라고 하는 것은 쇠귀에 경읽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들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지점을 시스템 속에서 제대로 짚은 것이다. 다음 인터넷 카페 (http://cafe.daum.net/stopcjd/)에는 매일매일 조중동에 광고를 실은 광고주 명단과 고객센터 전화번호가 올라온다. 많은 시민들이 그 회사에 전화해서 항의를 하고 이것이 실질적으로 조중동에게 재정적 압박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조중동에게 물질적 피해까지 주면서 어떻게 하면 합법적이고 효과적으로 신문을 끊을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까지 상세히 서술되어 있다. 지국과 지리한 신경전을 할 필요도 없고 운좋으면 10-20만원의 경제적 이득까지 챙길 수 있는 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시민들에 대한 "설득" 또는 "교화"에 바탕을 두지 않고 "참여"에 기반한다는 점이다. 안티조선운동을 비롯, 예전의 운동방식은 "누가누가 나쁩니다"라고 알리는 것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촛불세대는 그것에 만족하지 못한다. "그놈이 나쁘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나"에까지 논의가 확장된다. 그 속에서 정보들을 취합하여 시스템의 약한 고리에 화력을 집중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영리한가?
"참여하는 시민은 아름답다"는 시민운동의 이상이 바로 2008년 대한민국에서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시스템을 꿰뚫고 그 속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향을 모색하는 움직임은 조중동 반대, 그리고 스타 팬클럽의 활동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지난 6월 10일 보수적개신교 단체 및 뉴라이트 단체들이 시청앞 시민광장에서 맞불 집회를 하여 여론이 좋지 않다. 한 네티즌은 "목사에 대한 세금 징수"를 주요이슈로 다루어 일부 대형교회의 부정직한 회계를 문제 삼아야한다고 주장하여 많은 공감을 받았다.
포털 업계에서는 네이버 천하가 끝나가는 조짐이 보인다고 한다. 이번 촛불집회의 가장 큰 수혜자인 다음이 뜨고, 검색순위 조작 논란, 뉴스기사 편집 등에서 편향적인 모습을 보인 네이버가 이용자들의 마음을 잃어가고 있다. 네티즌들은 네이버 광고를 차단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메일 및 카페를 다른 포털로 옮기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사람장사"인 인터넷 업체에게 이용자가 떠나가는 것만큼 큰 타격이 있을 수 있을까?
전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우리의 누리꾼들.. 네트워크를 타고 흐르는 집단지성의 진화는 오늘도 계속된다.
예전에 스타를 홈모해본 분이라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편지지에 연필로 또박또박 편지를 쓰고 작은 선물과 함께 우편으로 스타에게 보내는 게 전부라고 생각해왔을지 모른다. 하지만 요즘의 팬클럽은 이 스타가 계속 "잘나가게" 하기 위해 필요한 물적, 심적, (그리고 가장 중요한) 쪽수로 지원을 한다.
건강을 챙기기 위해 보약을 지어주는 것 정도는 하찮다. 스타가 매니지먼트 회사에 의해 혹사당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챙긴다. 특정한 날에는 "광클"을 통해 검색어 1위를 선물로 준다. 인터넷에서 그 스타의 입지를 굳건히 하는 좋은 방법이다. 스타가 방송에 한번이라도 더 출연할 수 있도록 팬클럽이 기념일에 PD들에게 선물을 보내는 식으로 챙긴다니, 이 정도면 그들의 영리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그렇다. 나는 이 현상을 소위 "광기"나 "빠순이/빠돌이 짓"보다는 "영리함"으로 해석하고 싶다.
한 스타를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스타에게 편지와 선물을 보내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자아성찰에서 이 모든 것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우리 스타가 최고의 위치에 서기 위해서는 팬클럽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할 것인가에 대해 토론이 벌어졌을 것이고, 거기서 모아진 아이디어들이 하나하나 실행된다.
즉, 연예시스템에 대한 고찰을 통해, "스타 혼자서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열심히 한다" 이것만으로 부족한 것을 깨달은 것이다. 매니지먼트 회사를 움직이고 방송사 PD, 스포츠신문 기자를 움직여야 "그 스타가 뜰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철부지 10대들이라 무시하기에는 너무나 영리하지 않은가?
최장집 교수에 대한 사상검증에 반발하여 태동한 안티조선운동.
여론주도층으로 하여금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는 선언까지 이끌어내면서 성과를 보였지만 대중화에는 일정정도 한계를 나타냈다. 주로 "조선일보는 이러이러해서 나쁩니다"라는 식의 컨텐트 공급 방식에 의존하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조선일보 독자수 감소를 통해 그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조선일보 논조의 변화를 이끌어내려고 했지만 그들의 물질 공세에 철옹성은 쉽게 허물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2008년 촛불세대의 등장과 함께 안티조중동 운동은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한다. 무수한 왜곡과 편향된 시각 때문에 조중동이 우리 사회에 끼친 해악은 어느정도 공감대를 얻어왔다. 이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 영리한 접근을 시작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행동이 광고주에 대한 압박이다. 조중동에게 "너희들의 논조를 바꿔!"라고 하는 것은 쇠귀에 경읽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들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지점을 시스템 속에서 제대로 짚은 것이다. 다음 인터넷 카페 (http://cafe.daum.net/stopcjd/)에는 매일매일 조중동에 광고를 실은 광고주 명단과 고객센터 전화번호가 올라온다. 많은 시민들이 그 회사에 전화해서 항의를 하고 이것이 실질적으로 조중동에게 재정적 압박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조중동에게 물질적 피해까지 주면서 어떻게 하면 합법적이고 효과적으로 신문을 끊을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까지 상세히 서술되어 있다. 지국과 지리한 신경전을 할 필요도 없고 운좋으면 10-20만원의 경제적 이득까지 챙길 수 있는 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시민들에 대한 "설득" 또는 "교화"에 바탕을 두지 않고 "참여"에 기반한다는 점이다. 안티조선운동을 비롯, 예전의 운동방식은 "누가누가 나쁩니다"라고 알리는 것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촛불세대는 그것에 만족하지 못한다. "그놈이 나쁘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나"에까지 논의가 확장된다. 그 속에서 정보들을 취합하여 시스템의 약한 고리에 화력을 집중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영리한가?
"참여하는 시민은 아름답다"는 시민운동의 이상이 바로 2008년 대한민국에서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시스템을 꿰뚫고 그 속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향을 모색하는 움직임은 조중동 반대, 그리고 스타 팬클럽의 활동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지난 6월 10일 보수적개신교 단체 및 뉴라이트 단체들이 시청앞 시민광장에서 맞불 집회를 하여 여론이 좋지 않다. 한 네티즌은 "목사에 대한 세금 징수"를 주요이슈로 다루어 일부 대형교회의 부정직한 회계를 문제 삼아야한다고 주장하여 많은 공감을 받았다.
포털 업계에서는 네이버 천하가 끝나가는 조짐이 보인다고 한다. 이번 촛불집회의 가장 큰 수혜자인 다음이 뜨고, 검색순위 조작 논란, 뉴스기사 편집 등에서 편향적인 모습을 보인 네이버가 이용자들의 마음을 잃어가고 있다. 네티즌들은 네이버 광고를 차단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메일 및 카페를 다른 포털로 옮기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사람장사"인 인터넷 업체에게 이용자가 떠나가는 것만큼 큰 타격이 있을 수 있을까?
전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우리의 누리꾼들.. 네트워크를 타고 흐르는 집단지성의 진화는 오늘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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