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개정안 통과? 민주당은 간판 내려라

들들 볶아대던 종부세 개정안이 결국 당정협의를 통과했네요. (관련 기사)
과표가 높아졌느니, 이중으로 감세를 했느니... 이딴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기존 종부세 대상자가 약 38만명이었는데, 이제 18만명 정도만 종부세를 내게 되었다 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숫자는 18만명이 아니라 38만명입니다. 인구로 따지면 전체 인구의 1%도 되지 않고, 4인가족 기준으로 따져도 152만명, 5천만 인구의 3% 정도 입니다.
즉, 종부세를 내야하는 가정에 사는 분은 전 인구의 3%라는 이야기입니다. 종부세라는 세금을 국가에 냄으로써 경제적 불이익을 받는 국민은 전 국민의 3%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나머지 97%는 뭡니까? 상위 3%가 내주는 종부세 덕분에 6억 이상 주택 한 채 없는 우리 동네에 새 다리가 놓이고 도서관이 새로 생기고 도로가 포장됩니다. (종부세는 국세이고 이것은 지방교부금으로 전국에 지원되기 때문이지요) 38만명이 종부세를 내면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있고, 그 대상이 줄어들거나 아예 없어지면 6억 이상 주택 한 채 없는 우리 동네는 공공사업을 할 예산 부족에 계속계속 허덕이게 되겠지요.

너무 단순한 산수 아닙니까? 97%, 아니 사실은 100%의 국민을 이롭게 하기 위해 고가의 부동산을 가진 분들(전국민의 3%)에게 보유세를 현실화해서 걷겠다는 게 무어 그리 빨갱이 정책이고, 이중과세이고, 미실현이득에 대한 과세란 말입니까?

경제도 금융도 선진화해야 한다고 노래를 부르고, 노동시장도 선진국 따라서 유연화해야 한다고 노래들을 부르면서, 유독 부동산 보유세는 "상황이 다르다"면서 선진국과의 비교를 거부하십니까? 제가 다른 글에서도 썼지요. 저는 미국에 1억짜리 집 가지고 1년에 168만원 재산세 내면서 삽니다. 실효세율 1.7%입니다.


어쨌든, 종부세 개정안이 당정협의를 통과했습니다. 한나라당이 "절대과반"을 점하고 있는 국회이니 법으로 만들어지는 건 시간 문제라고 봐야합니까? 그냥 이렇게 손놓고 있어야 합니까?
이게 "노무현 탄핵안"이나 "사학법 개정안" 만큼 심각한 것이라서 며칠씩 국회 농성하면서 의장석 점거하고 눈물 콧물 흘려가며 싸울거리는 아니지만, 민주당이 이거 조용히 통과시켰다가는 두고두고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점만은 꼭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건 너무나 간단한 산수입니다. 종부세 때문에 손해보는 사람은 3%이고 이익보는 사람은 97%인 싸움입니다. 그 3%가 한명도 빠짐없이 반대한다고 쳐도 3%입니다. 97 대 3의 싸움을 단순히 표면적인 국회 의석 수 차이 때문에 아무 손도 못쓰고 그냥 당한다?
그때는 민주당은 그냥 정당 간판 내려야 합니다.
97대 3의 싸움도 제대로 못하면서 앞으로 50 대 50 싸움은 어떻게 할 겁니까? 모든 걸 "그놈의 의석 수 때문에..." 이러면서 국민들 앞에서 기자회견이나 하면서 징징거릴 겁니까? 민영화 관련법, 방송통신 관련법, 혹시 모를 대운하법까지... 이 모든 법들이 "의석수" 논리로 통과되어 이 나라가 만신창이가 된 후에도 "우린 장렬히 싸웠노라"며 국민들에게 표 달라고 할 겁니까?

거듭 강조하지만, 종부세 개정안이 통과되면 그날로 민주당은 정당 간판 내려야 합니다. 모든 게 의석수로 결정날 문제라면 지난 4년간 국가보안법은 왜 폐지하지 못했습니까?
무릇 본회의장의 '투표 행위'는 정당들의 '정치 행위' 중 빙산의 일각이라는 건 저보다 훨씬 잘 알고 있겠지요? 법안 발의에 서명하는 한나라당 의원부터 시작해서 하나하나 압박을 가해야 합니다. 강남 3구의 국회의원이야 그렇다 치고, 자기 지역구에 6억 이상 주택이 한 채도 없는 국회의원들은 법안 발의에 서명하는 순간 지역구 주민 100%를 적으로 돌리는 멍청한 짓을 했음을 깨닫게 해줘야 할 것입니다.

------------------------------------------------

[9월 23일 8시 50분 덧붙임]
종부세가 97 대 3의 싸움이 맞긴 하군요.
당정 협의가 끝난 사안을 한나라당 자체에서 뒤집으려 하네요. ㅎㅎ
덕분에 민주당은 간판 내릴 시간을 좀 벌었습니다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