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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살이

11월 4일, 미국 대선 풍경

오늘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를 합니다. 대통령 뿐 아니라 상하원의원, 지방정부 시장, 검사장, 감사 등등 수십명에게 투표를 해야하는 날입니다. 물론 저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투표권이 없습니다...
미국 와서 두번째 대선을 겪어보는데요, 지난 2004년 부시와 케리의 대결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네요. 9.11을 겪은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04년 대선은 "전쟁 중에는 사령관을 바꾸지 않는다"는 정서가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부시의 압승으로 끝났었죠. 

하지만 이번에는 열기가 엄청난 것 같습니다. 오바마 측에서 수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을 새 유권자로 많이 등록시켰습니다. 아시겠지만, 미국은 가만히 있다가 투표날 주민등록증 가지고 투표소 가서 투표하는... 그런 시스템이 아닙니다. "유권자 등록"이라는 것을 해야 투표권을 가집니다. 즉, 동사무소같은 곳에 가서 "나 이제 나이가 찼으니까, 또는 이 동네 새로 이사왔으니까 유권자 등록 할래요~~" 이렇게 해야 비로소 유권자 명부에 이름이 올라가는 것이지요. 

오바마 측이 이번 선거에 특히 심혈을 기울인 것이 바로 이 유권자 등록입니다. 이를 통해 정치에 무관심하던 젊은층과 흑인 계층을 상당히 끌어들였다고 합니다. 오늘 오바마가 승리한다면 유권자 등록 전략이 한몫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미국은 투표일이 공휴일이 아니랍니다. 신기하죠? 처음에 투표일에 쉬지 않게 하는 것이 투표율을 떨어뜨리려는 "저들"의 음모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만... 장단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공휴일이 되면 놀러가느라 투표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얼마든지 일리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비록 공휴일은 아니지만 직장에서는 직원들이 투표하러 가는 시간을 허용해야 한다고 법적으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만약 어떤 공장에서 생산직 노동자들에게 투표할 시간을 보장하지 않으면... 당장 난리가 날 것입니다. 그 공장은 '위헌'을 한 셈이 될 것이니까요. 문 닫는 건 당연한거고, 온갖 소송에 걸려서 사장은 뼈도 추리기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ㅎㅎ 그래서 비록 공휴일은 아니지만, 직원들은 투표할 시간을 보장받는다고 봐도 될 것입니다.
또, 선거일 이전부터 아주 긴 기간 내내 "부재자 투표"를 허용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부재자 투표를 해봤는데요, 정해진 날(보통 선거일 10일 정도 이전?)에 구청에 가서 투표를 했습니다. 더군다나 내 주민등록지가 아닌 다른 지역에 살고 있어야만 부재자 투표가 허용됩니다. 하지만 미국은 꼭 그런건 아닌가 봅니다. 투표 당일 줄 길게 서기 싫다면, 비록 내 동네에 살고 있어도 선거일 이전에 부재자 투표하는 곳에 찾아가면 투표를 할 수 있는가 봅니다.

I voted today

마지막으로, 투표한 사람에게 주는 혜택을 가지고 벌어지고 있는 논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어제 제가 일하는 곳 직원 미팅에서 그런 얘기가 나왔습니다. 투표한 후 "I voted today" 배지를 받으면 그걸 달고 스타벅스에 가면 tall size 커피를 공짜로 마실 수 있다고 누가 그러더군요. 오늘 아침에 출근하면서 라디오에서 스타벅스 뿐 아니라 유명한 도너츠 체인인 크리스피 크림도 공짜 도넛을 제공한다고 그러고, 또 몇군데 그런 곳이 있나 봅니다.
그런데 사회자 하는 얘기가, 투표를 장려하거나 저지할 목적으로 뭔가를 공짜로 나눠주는 것은 '불법'이라고 하네요... ㅡ.ㅡ 우리나라도 투표율 높이려고 이런저런 노력을 좀 하지 않습니까? 투표한 사람에게 공원 입장료를 할인해 준다든가 하는 혜택들...
그런데 미국에서는 그게 좀 안되나 봅니다. 그래서 크리스피 크림 같은 곳은 "누구에게나" 오늘 공짜로 도넛을 나눠주기로 했다고 하네요.. 

오늘 선거로 오바마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죠? 오바마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에서는 미시간 호수 옆 공원에 6만석 정도로 당선축하연을 위한 자리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100만명 정도 참여할 거라고 하네요.^^ 
오바마의 당선으로 보호무역이 심화되어 한국은 더 힘들어질거다, 이런 예상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좀 덜 나쁜 사람이 미국의 대통령이 되어야 전 세계가 좀 평화로와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