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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살이

미국 대선 최대의 이슈: 배관공 조 (Joe the plumber)

요즘 인터넷에 "미국이 부럽다"는 유머가 돌아다닌다. 똑같이 금융위기를 겪고 있고 경제가 아주 어려운 상황이지만 미국은... 그렇다. 다음달이면 새 대통령을 뽑는다. ㅡ.ㅡ
이런 미국 대선에서 최대의 이슈는 무엇일까? 금융위기, 물론 맞다. 이라크전, 물론 맞다. 북한 문제, 그것도 맞다. 하지만 그것들보다 더 자주 오르내리는 이야기는 오하이오주에 사는 배관공 조(Joe)에 대한 이야기이다.

오바마가 오하이오주에서 유세를 하고 있을 때였다. 자신이 배관공이라고 소개한 조는 조만간 회사 하나를 인수해서 연수입 25만불 이상 올릴 것을 예상하고 있는데 오바마의 세금 계획대로라면 수입의 많은 부분이 세금으로 나가고 말 것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 장면이 TV에 그대로 나갔고, 매케인 진영은 이것을 가지고 연일 오바마의 세금 정책이 "배관공 조같은 일반 서민"에게 불이익을 가져온다고 홍보를 한다. 물론 TV 토론에서도 두 후보는 배관공 조에 대해 스무 번도 넘게 언급하면서 세금 제도를 가지고 피 튀기는 토론을 벌였다.

지금은 조 아저씨의 정체가 어느정도 드러나면서 그 사람은 연수입 4만불 밖에 안되고, 배관공 개업해서 연수입 25만불 이상 버는 경우는 전체의 5%밖에 안되며, 미국 전체에서 25만불 이상 버는 스몰비즈니스는 (개업의사, 로펌 통틀어서) 70만개가 안된다는 등 비교적 객관적인 수치들이 제시되면서 배관공 조 아저씨는 찌질이 취급을 받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배관공 조가 최대 이슈가 되는 미국의 선거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적어도, "배관공 조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각 당은 어떠한 정책을 갖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것에 대한 답을 각자 내어놓고 유권자들에게 심판을 받는 모습이 아주 공정한 경쟁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매케인은 자신의 감세정책이 배관공 조와 같은 "서민"들에게까지 혜택을 줄 수 있다고 주장을 하고, 오바마는 실제로 대기업에게 세금을 더 걷어 복지와 국가재정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주장한다. 
최소한 자신의 스몰 비즈니스가 상위 5%에 들지 않는다면 오바마를 지지할 확률이 높고, 자신이 배관공 조와 같은 입장이라고 "믿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부자가 될 그 날을 미리 걱정하는 분들은 매케인을 지지할 확률이 높을테니 말이다.


나는 이 블로그에 "종부세 (종합부동산세)"에 관해 3개 정도의 포스트를 했다.
우리사회에 많은 이슈들이 있고 내 블로그 제목에 맞게 "All Things Considered"를 다루려면 하루 하나의 포스트로도 모자란 게 사실이지만 종부세만큼 "정치와 우리의 삶"을 아주 축약적으로, 밀접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없다고 본다. 
종부세를 찬성하는 정당과 반대하는 정당이 어디인지 다 알 것이다. 또, 종부세가 약화됨으로써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보는지도 다 알 것이다. 그렇다. 지금까지 98%의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가던 세금은 아니었지만, 종부세가 약화됨으로써 줄어드는 세금만큼 우리 국민 모두는 혜택을 덜 보게 되고, 결국은 부동산보유세 증가로 이어져 1천만 세대주 모두가 그 부담을 조금씩 나눠지게 될 것이다.

선거에서는 이러한 얘기가 좀 나왔으면 좋겠다. 자신의 정책이 누구를 이롭게 하고 누구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는지... 막연하게 "시장 경제를 살리겠다"는 구호에 시장 아주머니들이 이명박에게 몰표를 던졌다는 서글픈 현실 말고, "종부세를 반대하기 때문에 이명박은 2%의 대표이다."는 너무나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주장이 나왔어야 하지 않겠는가?
"감세를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면.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감세를 할 것인가가 한국의 배관공 조의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법인세만 깎아준다면 봉급쟁이들이 받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고, 부동산보유세를 깎아준다면 땅 한뼘 가지지 못한 진짜 서민들은 아무 혜택도 받지 못할 것이지만, 부가가치세를 깎아준다면 물가 인하 요인이 발생하여 서민들의 가계부가 어느정도 여유가 생길 수도 있다. 
이처럼 "감세"라는 정책은 아주 계급적인 성격을 갖는다. 무릇 한 국가의 대통령 선거라면 각 후보의 정책이 어떤 계급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는지, 바로 한국의 배관공 조의 예를 통해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어야 하지 않겠는가? 

맹목적이고도 두리뭉실한 "경제를 살리겠다"는 이미지에 기대어 당선된 그분이 지난 1년동안 거쳐왔던 수많은 시행착오를 보면서, 제발 다음 선거는 좀더 솔직했으면 좋겠다. 부자들은 모두 부자의 이익을 대변할 후보를 찍는데, 부자도 아니면서 부자들 이익을 대변하는 후보를 찍으면 어쩌자는 것인가? 

다음 표를 좀 보면서 작년에 내가 던진 표가 결국 누구 호주머니를 터는지 조금이라도 느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