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국살이

미국 세금 환급(Tax Rebate)이 갖는 양면성

얼마 전에 미국의회에서 Tax Rebate를 해주기로 했다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어른 1인당 600불씩, 아이는 300불. 저는 조만간 둘째가 태어나기 때문에 총 1,800불의 공돈이 생기게 될 것 같네요. ㅋㅋ

제가 과문해서인지 모르겠지만,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나라에서 국민 한명한명에게 돈을 나눠준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봅니다. 역시 부자 나라는 다른가요? 흠...

서브프라임 부실 때문에 미국 금융기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최근 주식시장도 급락을 경험하고... FRB는 역사적으로 이례적인 .75 %p의 정책금리 인하도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몇달 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 살펴보면, 미국 5대 은행에 초단기 자금을 지원했습니다. 이게 한국 돈으로 몇십조라는 것 같던데.. 하여튼 긴박한 자금 경색을 해결하기 위해 지원한 것이지요.
그런데, 그 효과가 아주 미미하더라는 겁니다. 은행들은 이 돈을 시중에 풀지않고, 자신들 빚을 갚거나 지불준비금 같은 것으로 가만히 모셔둔 것이지요. 돈을 풀었지만, 돈을 푼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최종 소비자인 국민 한명한명에게 직접 돈을 주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놀라운 조치 아닙니까?

경제학 교과서에 그런 얘기가 나오지요. 시중에 돈이 만원 풀리면 그건 8만원의 효과를 갖는다고. 즉, 내가 정부로부터 1800불을 받게 되면 그 중 얼마를 소비에 지출하게 될 것이고, 내 돈으로 수입을 올린 사람은 또 소비를 하게 될 것이고, 또 소비를 하게 될 것이고... 이렇게 돌고 돌아서 결과적으로 8배의 효과를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은행에 돈을 줬더니 이 "8배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서 소비자들에게 돈을 주겠다는 것. 이게 이 정책의 핵심 아이디어라고 합니다.

이게 이번 tax rebate의 밝은 면인 것 같습니다. 행동이 필요할 때 과감하게 하는 것. 시장이 무너지고 경제가 recession에 들어가서 온 국민이 고통을 받느니,정부재정이 조금 적자를 기록하더라도 경제를 연착륙시키고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 이 모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어두운 면도 분명히 존재하지요.
인플레이션 우려.. 이게 가장 크겠지요. 시중에 돈이 풀리면 물가가 불안해진다는 건 누구나 다들 알고 있는 상식입니다. 또 서브프라임, 카드대출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서민들이 과연 이 돈을 소비에 지출할 것인가, 빚을 갚는데 지출할 것인가를 놓고도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린다고 합니다. 과연 "8배의 효과"가 나타나게 될까요?

또, 이런 정책은 재정적자에 대한 부담이 없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밖에 시행할 수 없는 정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혹시 궁금한 분을 위해 미국은 왜 재정적자 부담이 없는지에 대해 좀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정략적인 이유도 있습니다만, "국가채무"를 놓고 국회에서 많이들 떠듭니다. 한 가계나 기업이 빚이 너무 많으면 문제가 되듯이, 정부도 빚이 많으면 안된다, 이런 상식에 바탕해서 "빚이 왜 이리 늘었냐", "빚을 줄여라" 이렇게 국회의원 나리들이 엄포를 놓곤 하지요. 사실 재정적자가 심각해져서 나라에 달러가 없어지면 제2의 IMF가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는 것,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그러면, 달러를 찍어내는 나라, 미국은 어떨까요?
미국 정부는 우리가 상상도 못할 정도의 빚을 지고 있습니다. 다른 분 블로그에서 가져온 자료입니다. (2007년 1월 현재. 출처: http://blog.ohmynews.com/kkhh4618/142939)

■ 대외차입금 36조불(3경4596조)
■ 정부부채 20조불(1경9220조)
■ 하루평균 20억불(1조 9220억) 차입
■ 하루지불이자 49억불(4조7391억)
■ 1년무역적자 7000억불(672조7000억)
■ 1년재정적자 4000억불(384조4000억)
■ 1년(재정적자 + 무역적자) = 1조1000억불(1057조1000억)

1년 적자가 1천조에 정부 누적부채가 2경 (20,000조) 가까이... 이런 나라가 디폴트 선언하지 않고 IMF 행을 가지 않는다는 게 신기하지 않습니까?
이 모든 게 "미국"이라서 가능한 것입니다. 빚을 지고 있다는 건, 다른 한편으로 보면 돈을 빌려주는 나라가 있다는 겁니다. "미국에 돈을 빌려주는 것"은 "미국 재무부 채권을 매입하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지금껏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채권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미국 재무부 채권이고, 각국은 무역흑자 등으로 생긴 잉여자본을 이 재무부 채권에 투자를 합니다.

미국은 매일매일, 매년매년, 엄청난 적자가 쌓아지만, 장부는 플러스-마이너스 제로가 됩니다. 재무부 채권을 팔아서 적자를 매우면 되기 때문이지요. 재무부 채권을 사겠다는 자본은 전 세계에 널려있고, 적자분만큼 찍어내서 파는 겁니다. 참 나라 운영하기 쉽지요? ㅋㅋ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1인당 600불... 이 돈은 또 한국이나 중국같은 무역흑자를 보는 나라들에게 재무부 채권을 팔아서 조달하게 되는 자본이겠지요.
도대체 이런 시스템이 언제까지 굴러갈 수 있을까요? 매달 달러로 꼬박꼬박 월급을 받고 있고, 은행에, 펀드에 달러가 쌓이고 있지만 하루하루가 불안한 건 한국에 있는 것보다 훨씬 심하답니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미국을 뜨고 싶은데... 그게 맘대로 안되네요...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