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당선자가 통신비 20% 감면을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코가 꿰었나보다. 무작정 밀어부치기가 안되니까 받는 전화에 대해 통화료를 부과함으로써 거는 전화의 통화료를 인하할 여지를 만들겠다는 건데...
참... 국민을 원숭이로 아는지... 조삼모사도 이렇게 눈에 뻔히 보이는 조삼모사가 어디있는가? 전화를 거의 받지 않고 걸기만 하는 사람은 주로 전화로 영업을 하는 사람들일 것이고, 대다수의 일반인을 전화도 걸고 받기도 하는 아주 일반적인 사용자들일 것이다.
그런데, 걸 때 통화료가 조금 싸지면서 동시에 받는 전화에 대해 통화료를 부담해야 한다면 전체적으로 매달 내는 돈은 뭐가 달라지겠는가?
받는 전화에 대해 돈을 내는 미국의 얘기를 좀 해보자.
내가 쓰는 Verizon Wireless는 한달에 세금까지 포함해서 대략 46불 내고 매달 450분을 공짜로 쓸 수 있다. 시간 계산은 한국처럼 10초가 아니라 1분씩 계산한다. (이렇게 계산하면 실제 통화보다 좀더 길게 쓴 걸로 나오긴 한다. 1분 1초를 써도 2분으로 쓴 것으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이 요금제가 40불짜리 요금제이고, 이게 가장 싼 요금이고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요금이다.
한국에서는 보통 기본료 15,000원 정도 내고 10초에 대략 18원 정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1분이면 108원. 450분이면 48,600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기본료까지 합하면 6만원이 넘는다. 46불이면 요즘 환율로 43,000원 정도?
그러니까 한국 휴대전화 통화료는 미국보다 45% 정도 비싸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이렇게 단순하게 비교하기가 힘든게, 한달에 450분을 쓴다면 그렇다는 것이다. 만약 정액제를 이용한다면 아마 5만원 정도 내고 500분 무료, 이런 것들이 있을 거니까 한달 500분 정도 쓰면 미국 통화료와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이제 한국과 미국 휴대전화의 큰 차이를 얘기해보자.
좋은 점 두가지.
첫째, 미국은 같은 통신회사 간의 통화료는 완전 무료이다. 한국의 알량한 "커플요금제" 이딴 거랑은 차원이 다르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랑 통화를 해도 그 사람이 내가 쓰는 Verizon을 쓴다면 거는 전화, 받는 전화 모두 무료이다. 물론 통신회사들의 마케팅 차원에서 나온 정책이지만 (일종의 피라미드..ㅎㅎ) 정말 괜찮지 않은가?
둘째, 밤 9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 또는 7시까지 무료이다. 이때는 누구랑 통화를 해도 무료이다. 한국에서는 20%인가 할인을 해줬던 것 같다. 밤늦게 통화를 많이 하는 연인 사이라면 대환영일 것 같다.
이제 안좋은 점 세가지.
세째, 한달에 46불 이하로 낼 방법은 별로 없다. 가장 싼 게 40불짜리 플랜이고 여기에 세금 붙으면 대략 46불 정도 한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기본료 15,000원 정도만 내고 꼭 필요할 때만 통화하면 한달 2만원 정도로 통신비를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군소회사에서나 그렇게 싼 요금이 있을까, 메이저 통신회사는 최소 40불 플랜부터 시작한다. (T-Mobile은 30불짜리가 있던 것 같던데... 여기는 메이저이지만 통화품질 정말 안좋기로 소문났다...)
네째, 내 플랜에 정해진 사용시간을 넘기면 엄청난(?) 통화료가 붙는다. 내가 한달에 450분을 넘게 쓰면 그 다음부터는 1분에 39센트, 즉 1분에 360원 정도 내야한다. 한국의 1분당 요금의 3배가 넘는다.
다섯째, 받는 전화, 받는 문자메시지에 모두 돈을 내야 한다. 받는 전화 역시 거는 전화랑 마찬가지로 카운트 하고, 내게 주어진 450분을 넘기면 그 다음부터 분당 39센트를 내야 한다. 보내는 문자메시지, 받는 문자메시지에 모두 건당 10-15센트 정도 돈을 내야 한다.
그래서 내 후배 하나가 미국애한테 무심코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그 미국애가 화를 내더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내 후배는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에 가입해 있었거든... ^^
간단하게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나처럼 전화를 꼭 필요할 때만 쓰는 사람에게는 한국 시스템이 좋은 것 같다. 나는 한국에서 한달에 대략 2만 5천원 정도 내면서 써왔으니까... 그런데 미국에서 450분의 절반도 못쓰면서 매달 46불씩 나가는 건 참 아깝긴 하다.
그리고 한가지, 미국과 한국의 휴대전화 사용 행태는 참 많이 다르다. 미국에서는 문자메시지가 한국처럼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아무래도 받는 문자메시지에 요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싶다.
또, 휴대전화 번호를 웬만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 이것 역시, 받는 통화에 부과되는 요금 때문일 것이다. 보통 사무실이나 집 전화 (Landline) 번호를 알려줄 뿐, 웬만큼 가까운 사이 아니면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지 않는다. 또, 꼭꼭 물어본다. 어느 회사 쓰는지... 당연히 같은 회사면 통화료가 무료일테니깐...
한국에서 만약 받는 전화에 통화료를 부과하면 전화 거는 사람 입장에서 한번더 생각하고 전화를 걸게 될 것이다. "괜히 상대방에게 통화료를 내게 하는 건 아닐까..."
그래서 전반적으로 통화횟수와 통화시간이 줄어들 것이고, 그래서 통신비가 인하되는 효과를 보게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대방을 배려하는 아름다운 전통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이 정책 때문에 통신이용이 급감하게 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SK 텔레콤과 KTF의 수익성이 악화되어 매년 큰 폭의 적자를 보게 된다면... 그러면 새 당선자께서는 통화료를 대폭 올려서 이 두 회사를 살려주시려나, 아니면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빛 다 갚아주시려나...
시장만능의 원칙을 가진 분께서 "통신비 20% 인하"라는 공약을 내놓으셨을 때, "아니, 이분은 KT가 아직도 한국통신인 줄 알고 SK 텔레콤이 아직도 한국이동통신인 줄 아시나... "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 두 회사를 국가소유로 만들려는 원대한 꿈을 품고 계실줄인 미처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참... 국민을 원숭이로 아는지... 조삼모사도 이렇게 눈에 뻔히 보이는 조삼모사가 어디있는가? 전화를 거의 받지 않고 걸기만 하는 사람은 주로 전화로 영업을 하는 사람들일 것이고, 대다수의 일반인을 전화도 걸고 받기도 하는 아주 일반적인 사용자들일 것이다.
그런데, 걸 때 통화료가 조금 싸지면서 동시에 받는 전화에 대해 통화료를 부담해야 한다면 전체적으로 매달 내는 돈은 뭐가 달라지겠는가?
받는 전화에 대해 돈을 내는 미국의 얘기를 좀 해보자.
내가 쓰는 Verizon Wireless는 한달에 세금까지 포함해서 대략 46불 내고 매달 450분을 공짜로 쓸 수 있다. 시간 계산은 한국처럼 10초가 아니라 1분씩 계산한다. (이렇게 계산하면 실제 통화보다 좀더 길게 쓴 걸로 나오긴 한다. 1분 1초를 써도 2분으로 쓴 것으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이 요금제가 40불짜리 요금제이고, 이게 가장 싼 요금이고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요금이다.
한국에서는 보통 기본료 15,000원 정도 내고 10초에 대략 18원 정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1분이면 108원. 450분이면 48,600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기본료까지 합하면 6만원이 넘는다. 46불이면 요즘 환율로 43,000원 정도?
그러니까 한국 휴대전화 통화료는 미국보다 45% 정도 비싸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이렇게 단순하게 비교하기가 힘든게, 한달에 450분을 쓴다면 그렇다는 것이다. 만약 정액제를 이용한다면 아마 5만원 정도 내고 500분 무료, 이런 것들이 있을 거니까 한달 500분 정도 쓰면 미국 통화료와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이제 한국과 미국 휴대전화의 큰 차이를 얘기해보자.
좋은 점 두가지.
첫째, 미국은 같은 통신회사 간의 통화료는 완전 무료이다. 한국의 알량한 "커플요금제" 이딴 거랑은 차원이 다르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랑 통화를 해도 그 사람이 내가 쓰는 Verizon을 쓴다면 거는 전화, 받는 전화 모두 무료이다. 물론 통신회사들의 마케팅 차원에서 나온 정책이지만 (일종의 피라미드..ㅎㅎ) 정말 괜찮지 않은가?
둘째, 밤 9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 또는 7시까지 무료이다. 이때는 누구랑 통화를 해도 무료이다. 한국에서는 20%인가 할인을 해줬던 것 같다. 밤늦게 통화를 많이 하는 연인 사이라면 대환영일 것 같다.
이제 안좋은 점 세가지.
세째, 한달에 46불 이하로 낼 방법은 별로 없다. 가장 싼 게 40불짜리 플랜이고 여기에 세금 붙으면 대략 46불 정도 한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기본료 15,000원 정도만 내고 꼭 필요할 때만 통화하면 한달 2만원 정도로 통신비를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군소회사에서나 그렇게 싼 요금이 있을까, 메이저 통신회사는 최소 40불 플랜부터 시작한다. (T-Mobile은 30불짜리가 있던 것 같던데... 여기는 메이저이지만 통화품질 정말 안좋기로 소문났다...)
네째, 내 플랜에 정해진 사용시간을 넘기면 엄청난(?) 통화료가 붙는다. 내가 한달에 450분을 넘게 쓰면 그 다음부터는 1분에 39센트, 즉 1분에 360원 정도 내야한다. 한국의 1분당 요금의 3배가 넘는다.
다섯째, 받는 전화, 받는 문자메시지에 모두 돈을 내야 한다. 받는 전화 역시 거는 전화랑 마찬가지로 카운트 하고, 내게 주어진 450분을 넘기면 그 다음부터 분당 39센트를 내야 한다. 보내는 문자메시지, 받는 문자메시지에 모두 건당 10-15센트 정도 돈을 내야 한다.
그래서 내 후배 하나가 미국애한테 무심코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그 미국애가 화를 내더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내 후배는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에 가입해 있었거든... ^^
간단하게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나처럼 전화를 꼭 필요할 때만 쓰는 사람에게는 한국 시스템이 좋은 것 같다. 나는 한국에서 한달에 대략 2만 5천원 정도 내면서 써왔으니까... 그런데 미국에서 450분의 절반도 못쓰면서 매달 46불씩 나가는 건 참 아깝긴 하다.
그리고 한가지, 미국과 한국의 휴대전화 사용 행태는 참 많이 다르다. 미국에서는 문자메시지가 한국처럼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아무래도 받는 문자메시지에 요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싶다.
또, 휴대전화 번호를 웬만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 이것 역시, 받는 통화에 부과되는 요금 때문일 것이다. 보통 사무실이나 집 전화 (Landline) 번호를 알려줄 뿐, 웬만큼 가까운 사이 아니면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지 않는다. 또, 꼭꼭 물어본다. 어느 회사 쓰는지... 당연히 같은 회사면 통화료가 무료일테니깐...
한국에서 만약 받는 전화에 통화료를 부과하면 전화 거는 사람 입장에서 한번더 생각하고 전화를 걸게 될 것이다. "괜히 상대방에게 통화료를 내게 하는 건 아닐까..."
그래서 전반적으로 통화횟수와 통화시간이 줄어들 것이고, 그래서 통신비가 인하되는 효과를 보게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대방을 배려하는 아름다운 전통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이 정책 때문에 통신이용이 급감하게 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SK 텔레콤과 KTF의 수익성이 악화되어 매년 큰 폭의 적자를 보게 된다면... 그러면 새 당선자께서는 통화료를 대폭 올려서 이 두 회사를 살려주시려나, 아니면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빛 다 갚아주시려나...
시장만능의 원칙을 가진 분께서 "통신비 20% 인하"라는 공약을 내놓으셨을 때, "아니, 이분은 KT가 아직도 한국통신인 줄 알고 SK 텔레콤이 아직도 한국이동통신인 줄 아시나... "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 두 회사를 국가소유로 만들려는 원대한 꿈을 품고 계실줄인 미처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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