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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택은 되고 신해철은 안되는가?

신해철이 입시학원 광고를 찍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면서 즉각적으로 떠오른 생각은 "이중잣대"이다. 신해철이 아닌 다른 연예인이 이 학원 광고에 나왔다면 이만큼 문제가 되었을까? 신해철이라서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가 그동안 교육제도의 폐해에 관해 많은 독설들을 내뱉아 왔기 때문이 아닐까?


이걸 다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가 이 광고 한편으로 그렇게 '나쁜 놈'이 되어야 하는가?

공교육을 살리겠다고 서울시 교육감에 나선 공정택 교육감께서는 학원 원장들로부터 선거비용을 "빌리고" 선거대책본부장으로 학원장을 하는 제자가 앉아있어도 당당히 교육감에 당선되는데, 공직에 앉아있는 분도 아닌 일개 가수 신해철이 학원 광고 하나 찍은 건 그렇게 잘못한 일일까?

성추행으로 여러 의원들이 물의를 빚은 한나라당은 그 당사자 징계를 미적거렸다고 해서 지도부가 물러난 적이 없는데, 한 간부의 성폭행 사건을 덮으려 한 일로 민주노총 지도부는 총사퇴를 해야만 하는가?

"도덕적 우위를 지닌" 참여정부에서는 자녀를 위장전입만 시켜도 국무총리직에 앉을 수가 없는데, 어떻게 된 게 이명박 정부에서는 농지법을 위반하고 세금을 포탈한 중범죄자들까지 청와대 고위직에 가고 국무위원이 될 수 있는가?

선거에서 "도덕적 우위"에 대해 점수를 매겨 가산점을 주는 것도 아닌데, 이놈의 "도덕적 우위"는 '이쪽'에는 족쇄로 작용하고 '저쪽'에는 한낱 장식품으로만 여겨지는 것일까?

사실 "도덕성"이라는 건 공인으로서 갖춰야 할 필수조건이 아닌가? 일단 이것이 전제된 위에 능력, 실적, 정책 이딴 것을 갖고 경쟁하는 것이 race의 규칙이 아니던가? 그런데 우리 맘 속엔 알게 모르게 "이쪽"에는 도덕성을 강조하고 "저쪽"에는 아예 기대조차 하지 않는 그런 이중잣대가 자리잡고 있는 건 아닐까?

물론 신해철이 잘 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사채광고부터 시작해서 연예인의 사회적 책임을 묻기 시작한 흐름은 아주 긍정적이다. 이번 신해철 광고에 대해 무감각하다면 그런 사회는 오히려 더 이상할 것이다. 하지만 "저쪽"에도 좀 덜 무감각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넋두리를 좀 늘어놓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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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1일 밤 12시 덧붙임
신해철이 자기 미니홈피를 통해 해명을 했다고 하네요. 자기도 무슨 소리하는지 모를 얘기들을 주저리주저리 써놓았습니다... 광고출연 자체보다는 이 해명이 더 실망스럽군요.
다이달로스 님께서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다 써놓았네요.
http://daidalos.tistory.com/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