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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살이

미국에서 집사기 - 3. 모기지 얻는 절차

1. 집 보러 다니기 전에 모기지를 꼭 얻어야 하나?

흔히들 모기지를 얻고 pre-approval을 받아야 집을 보러다닐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는 모기지 얻으려고 은행 접촉도 하기 전부터 집을 몇군데 보러다녔구요, 셀러 리얼터들 만나도 그냥 물어보더군요. "너 pre-approval 받았냐?" 그러면 아직 모기지 신청 안했다, 그러니까 어느어느 은행이 괜찮다, 거기 누구누구 괜찮으니까 내가 소개해줄께 이런 식으로 나오지, 괜히 무시하거나 그러지 않습니다.
pre-approval이란 돈을 빌리려는 사람의 월수입, 은행 잔고 같은 아주 기초적인 정보를 가지고 이 사람이면 이정도까지 대출해줄 수 있다 라고 은행에서 결정해서 주는 편지같은 것입니다. 보통 pre-approval을 받으면 그 금액 정도로 최종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간혹 신용점수가 낮다든가 하는 이유 때문에 최종적으로 대출이 거절될 때도 있습니다. 하여튼 pre-approval을 받으면 셀러 리얼터가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긴 하지만, 이게 없어도 얼마든지 집 보러 다니고 오퍼도 넣을 수 있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은 셀러인데, 사는 사람이 pre-approval도 없는 상태에서 오퍼를 받고 계약서까지 썼더군요. 물론 계약서에는 대출 승인이 나야한다는 조건이 붙어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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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approval letter란 은행으로부터 받는 대략 이런 종류의 간단한 편지입니다. 여기에 몇가지 조건을 나열해놓은 것 보이시죠? 그것들이 만족되면 최종 대출 승인이 나는 것입니다.



2. 모기지 신청 절차.

1) 모기지 쇼핑

우선 가장 좋은 조건에 모기지를 주는 금융기관을 선택해야 겠지요. 앞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bankrate.com이 가장 유명한 곳이구요, 모기지 브로커를 통하는 것도 괜찮다고 하더군요. 물론 모기지 브로커가 수고한 비용은 closing fee에 보이지 않게 숨어있지만, 공식적으로는 은행의 부담입니다.
모기지 쇼핑에서 고려해야 할 것은 앞서 많이 말씀드린 것 같습니다. rate, APY, closing fee, pojnt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셔서 자신의 상황에 가장 맞는 곳을 선택하셔야 할 겁니다. 단기간에 거주하실 거라면 rate이 좀 높아도 초기 비용 (point, closing fee 등)이 낮은 게 좋을 것이고, 5년 이상 거주하시려면 초기 비용이 다소 높아도 rate이 낮은 쪽이 유리할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인터넷 업체와 동네 은행 중에서도 선택이 필요할 것입니다. 보통 인터넷 업체가 좀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기 때문에 구미가 더 당기긴 합니다. 하지만 그 업체의 평판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epinions.com 같은 곳에서 평점을 좀 살펴보셔야 합니다. 동네 은행은 좀더 높은 rate과 closing fee를 요구하지만, 일단 주위에서 쉽게 그 은행과 거래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그들에게서 경험을 들을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에서 담당자를 직접 만나 대출 상담을 하기 때문에 일처리가 신속하고 믿음직한 게 최대 장점일 것입니다.

제 경우에는 모기지 쇼핑을 하다가 AIG의 Orange Mortgage라는 곳을 알게 되었습니다. 800불 정도의 closing fee에 15년 fixed를 5.875%에 제시하더군요. 너무너무 매력적인 조건이라서 대출 신청 직전까지 갔습니다. 그러다 epinions.com에 가서 평판을 좀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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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낮은 평점을 받고 있더군요. 가장 약점이 일처리가 너무너무 느리다는 것이었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너무 느린 closing 때문에 계약이 깨져버리기까지 했다고 하더군요. 제 경우는 셀러도 빨리 나가고 싶어했고 저 역시 빨리 들어가고 싶었기 때문에 계약하고 한 달 후에 closing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AIG가 그렇게 일을 늦게 처리한다면 이게 불투명해지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이곳이 아니라 동네 은행에서 모기지를 얻었습니다. 결과적으로 3주 후에 closing을 할 수 있었답니다. ^^

2) 담당자 만나기

대략 인터넷 또는 전화 연락을 통해 각 금융기관의 rate 등에 대해 알게 되었다면 몇군데 골라서 담당자를 직접 만나봐야 합니다. 모기지 officer는 예약을 통해서만 만나게 하더라구요. 그래서 미리 전화하고 약속을 잡아야 합니다. 그때 가지고 오라는 서류가 있습니다. pre-approval을 위한 서류들인데요, 2달치 payroll, W2, 은행 잔고 statement, 외국인이니까 여권, 비자, 학생이면 I-20 같은 것 등등... 필요한 건 전화하면 가르쳐 줄 겁니다.
이런 기본 서류를 가지고 가서 상담을 하고 정확하게 몇년짜리 Fixed인지 ARMs를 고른 후, Good Faith Estimate을 받습니다. 그러고 pre-approval을 신청하고 금액이 그리 크지 않으면 pre-approval은 쉽게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몇일 있어야 편지로 날아오지요.
그리고 이 때 살 집이 정해져 있어도 되고, 아니라도 상관없습니다. 그냥 대략적인 다운페이 금액과 대출 금액만 명시해서 pre-approval을 받으면 되니까요.

3) 집 계약 후 최종 대출 신청

일단 pre-approval을 받고 나면 계약서를 작성하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대부분 셀러는 적어도 pre-approval이 있는 사람하고 계약서를 쓰려고 하니까요. 계약서 쓰고 나면 이제 살 집이 정해진 셈이니까 은행에 집 주소 등을 알려주고 최종적인 대출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계약서 사본을 준비해야 하구요, 돈을 좀 준비해야 합니다. closing fee에 포함되는 것들인데 appraisal fee라고 해서 집 가격을 은행이 산정하는 비용입니다. 터무니 없이 싼 집을 사면서 대출을 많이 받는 건 아닌지 알아내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요.
또 내 신용정보를 조회하기 위해 돈이 몇십불 정도 듭니다. 이런 것도 다 내야 하구요. 그 외에 자잘한 것들은 최종 closing 단계 때 내면 됩니다.

하지만, pre-approval까지는 내 돈이 한푼도 안들지만, 이 최종 대출 승인 단계에 들어가면 일단 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이때부터 신중해야 합니다. 한 은행을 정했는데 더 좋은 조건의 은행이 나왔다고 거기로 옮기면, 이미 냈던 돈은 돌려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은행을 선택해서 그곳에서 최종 대출 신청을 해야하는 것입니다.

이때부터 돈이 몇백불 단위로 들어가게 되는데, 은행이 하는 appraisal과 별개로 바이어는 inspection을 하는 게 좋습니다. appraisal이 집 가격을 산정하는 경제적 접근이라면, inspection은 집이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를 살펴보는 건축공학적 접근입니다. 주위에서 인스펙션 잘 하는 사람을 소개 받아서 집을 꼼꼼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4) 최종 대출 신청 때 신경쓸 것들

이때 또 이런저런 서류를 더 가져오라고 합니다. 저같은 경우는 다운페이를 부모님이 해주실거라서, 한국에 있는 계좌의 잔고증명도 해야 했구요, 이것도 보통 2달 이상 그 금액이 예치되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거래했던 은행은 그렇게 까다롭게 보지는 않더군요. 이미 부모님 돈이 제 미국 은행으로 이체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잔고 statement만 가져가도 충분했습니다. 물론 돈이 예치된 기간은 2-3일에 불과했지만 그냥 최종 대출 승인을 해주더군요.

최종 대출 신청 때 early payment penalty가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저는 15년 fixed이고 매달 낼 돈이 원금, 이자, 세금 등을 합쳐서 800불 정도 됩니다. 하지만 내가 돈이 좀 여유가 있어서 어떤 달은 200불 더 내서 천불을 내게되면 그 200불은 원금을 갚는데 쓰이게 됩니다. 이렇게 매달 조금씩이라도 원금을 갚을 때 penalty가 없는지 확인하셔야 합니다. 당연히 원금을 조금씩이라도 갚아나가면 똑같은 800불을 다음 달에 내더라도 다만 1불이라도 원금 갚는데 쓰이고 이자가 그만큼 줄어드는 효과를 봅니다.

그리고 은행에서는 이자율을 lock 할 것인지를 묻습니다. 보통 최송 승인을 내주면서 "30일 lock 해줄께" 이럽니다. 즉, 향후 한달간은 애초 제시했던 이자율로 돈을 빌려줄 것이라는 것입니다. 웬만하면 그대로 하시는 게 나을 겁니다. 물론 이자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그때 가서 다시 보자" 이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만, 실제 이자율이 조금 떨어져도 은행 입장에서는 이미 자기 고객인 사람에게 "이자율 낮춰줄께" 이러진 않을 겁니다. ^^;;;

신용정보 조회와 관련해서도 조심하시는 게 좋습니다. 보통 금융기관 이곳저곳에서 신용정보를 조회해보면 그때마다 점수가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최종 대출 신청을 할 그 은행에만 내 social security number를 알려주시는 게 좋습니다. 앞서 모기지 쇼핑할 때 인터넷으로 이곳지곳 서치해보면 SSN을 넣으라는 곳이 있는데 절대 알려주시면 안됩니다. SSN을 요구하지 않는 곳으로만 알아보셔야 나중에 귀찮은 일이 생기지 않습니다.
신용정보는 웬만큼 나쁘지만 않으면 good 이든 excellent 이든 이자율은 똑같은 것 같습니다. 미국에 몇년 사시면서 신용카드 꾸준히 쓰시고 연체 하지 않으시면 650점 정도는 다들 나오는 것 같습니다. 신용점수가 아주 중요한 것처럼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650점이든 750점이 되든 은행 입장에서는 크게 다르게 취급하는 것 같지 않더라구요. 미리 점수를 좀 알아보라고 권하는 분도 계시던데 저는 그냥 은행에 맡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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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점수를 제외한, 내 신용과 관련된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곳입니다. 공익기관으로 알고 있고, 1년에 한번씩 공짜로 내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첫 페이지 아래쪽에는 미국의 3대 소비자 신용정보기관 링크가 있습니다.



5) closing

모든 것이 순조롭게 되면 은행이 예정해준 closing 날짜쯤 되면 연락이 옵니다. "언제언제 바이어와 셀러가 만나서 closing 하자."
그러면 바이어는 다운페이할 돈과 closing fee를 은행에서 찾아놓습니다. 물론 은행에서 "얼마 준비해라" 알려줍니다. 이 돈은 현금도 안되고 personal check도 안됩니다. 오로지 certified check 또는 money order. 한국으로 얘기하면 자기앞수표만 됩니다. 은행에서 check을 만들면서 명의는 escrow 계좌를 만든 회사(보통 Title Company)로 하면 됩니다.

이렇게 해서 Title Company에 가서 각종 서류에 사인하고 준비해간 check을 주고 나면 집 키를 셀러로부터 받고 이제 그 집은 내 것이 되는 것입니다.
closing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자세히 쓰겠지만, 한국으로 치면 잔금 지불과 등기 절차를 모두 합친 것입니다. Title company라는 곳에서 대출해주는 은행과 연계하여 셀러와 바이어 사이에서 중립적인 입장에서 escrow 계좌를 관리하면서 돈 문제를 처리하고, 등기부 등본까지 정리해주는 절차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냥 필요한 서류에 사인만 하면 Title Company가 알아서 county office에 가서 등기도 해줍니다. Title 보험도 들어줍니다. 각종 유틸리티 비용과 재산세도 이사 날짜에 맞춰서 셀러는 얼마, 바이어는 얼마 내라고 다 계산해 놓습니다. 그냥 믿고 맡겨도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