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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살이

미국에서 집사기 - 4. 집 보러 다니기 전 준비운동

모기지 관련된 일을 어느정도 정리하셨으면 이제 본격적인 "쇼핑"에 나서야겠지요? 일단은 기본적인 지식을 좀 쌓고 시작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일명 "준비운동"

우선, 여러분이 결정해야 할 문제가 좀 있습니다. 바이어 리얼터를 쓸 것인가 말 것인가, 집을 구입하기 위한 예산은 얼마쯤 잡아야 할까? 어떤 종류의 집 (하우스, 콘도 등)을 살까? 이 문제들에 대해 어느정도 결정을 하셔야 합니다.

1. 바이어 리얼터를 쓸 것인가?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 복비는 모두 셀러 부담입니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집값의 5-7%가 보통입니다. 만약 셀러 리얼터와 바이어 리얼터가 모두 있다면 이 돈을 반반 나눠 갖습니다. 셀러 리얼터만 있으면 혼자서 이 돈을 다 먹습니다. 바이어 리얼터만 있으면 보통 5-7%의 절반을 셀러가 바이어 리얼터에게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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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리얼터 펌 중의 하나인 F.C. Tucker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바이어 리얼터를 쓰라고 합니다. 집 구매자가 부담하는 건 하나도 없기 때문이지요. 제 아는 사람은 바이어 리얼터를 데리고 몇달에 걸쳐 집을 100채 넘게 봐놓고도 결국 집을 안산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도 돈 한푼 들지 않습니다.
만약 바이어 리얼터가 정말 믿을만한 사람이고, 그 지역의 부동산 정보를 좍~~ 꿰고 있어서 정말 저평가된 집을 물어다 주면... 정말 이상적인 경우입니다. 하지만 이런 행운은 현실에서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대부분의 리얼터는 기본적으로 셀러 입장입니다. 어떻게든 거래를 성사시켜서 몇천불의 복비를 받는 것, 이게 최종 목적일 뿐입니다. 제가 집을 사려고 집을 갖고 있는 미국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했을 때에도 대부분 리얼터를 믿지 말라는 말을 몇번에 걸쳐 강조하더군요.

물론 낯선 땅에서 혹시나 일이 이상해지면 어쩌나, 리얼터를 쓰면 그래도 복잡한 것들을 깔끔하게 처리해주겠지, 하는 뭔가 의지할 곳은 생깁니다. 더군다나 집을 사는 과정에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것들이 너무너무 많은 것 같고, 리얼터가 있으면 일이 쉽게 착착 진행될 것 같고... 스스로 하시기에 두려움이 드는 분은 바이어 리얼터를 쓰는 것도 한 방법일 것입니다. 하지만 주위에 최근에 집을 샀던 미국인 친구를 가까이 하고 매번 조언을 구하는 게 오히려 낫지 않을까 하는 말씀도 드리고 싶네요. 더군다나 제 블로그의 글들을 다 읽어보시면 리얼터 없이도 충분히 잘 하실 수 있을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바이어 리얼터가 있으면 이렇게 믿음직한 면도 있지만, 손해보는 부분도 있습니다. 내 주머니에서 리얼터 수수료가 나가는 건 아니지만, 그건 결국 집값에 포함되는 것입니다. 셀러 리얼터가 없다하더라도, 셀러 입장에서는 2-3%의 바이어 리얼터 복비를 고려하고서 집값을 책정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나에게 바이어 리얼터가 없다면 그 액수만큼 깎을 여지가 생기는 것입니다.
실제로 제가 셀러에게 offer를 넣을 때 바이어 리얼터가 없음을 강조하면서 몇천불을 깎았고, 셀러 역시 그 점에 동의하면서 순순히 깎아주었습니다.

2. 얼마짜리 집이 적당한가?

웬만한 은행마다 있는 모기지 calculator를 써보시면 얼마 빌리면 한달에 얼마 나간다, 하는 계산이 나올 것입니다. 그것 이전에, 나에게 알맞은 집값을 결정하는 간단한 공식이 있습니다. 미국 사람들이 Rule of Thumb 이라고 해서 다들 알고 있는 건데, 내 연봉의 2.5배가 적당한 가격의 집이라고 합니다. 즉, 연봉이 5만불이라면 2.5배 해서 12만 5천불 정도하는 집이 적당한 가격인 것이지요. 만약 이걸 넘어가면... 다달이 내는 모기지가 좀 부담으로 느껴지게 될 것입니다. 물론 30년 fixed인 경우에 해당합니다. 15년 fixed로 하시면 한달에 200-300불 정도 더 내게 되니까 좀더 부담스럽겠지요...
그 외에 은행 웹사이트에서 내 연봉을 입력하면 최대 빌릴 수 있는 금액을 산출해내는 계산기도 있습니다. 이런 정보들을 이용하셔서 은행에서 나에게 대략 얼마까지 빌려주겠구나, 하는 예상도 해보시는 게 좋습니다.
일단, 이렇게 예산을 정하시고 집을 보려다니셔야겠지요. 그러고 앞서 말씀드렸듯이, 20% 다운페이는 웬만하면 하시는 게 좋습니다. 20%가 안되면 모기지 비용이 갑자기 확 늘어나게 되는 경우를 당하게 됩니다.

3. 어떤 종류의 집을 살까?

이제 본격적으로 "집"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합니다. 집을 부르는 용어가 좀 낯설기 때문에 정리를 해 봅시다.

** House - 한국으로 치면 "단독주택"입니다. 보통 마당이 있구요, 다른 집들과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습니다. basement (지하실)와 Garage (차고)가 옵션입니다. 이런 게 있으면 같은 넓이라도 더 비싸지구요, 당연히 미국사람들도 이런 게 있는 걸 좋아합니다. 집의 구조나 외양에 따라 ranch, bungalow, mansion 등 다양한 이름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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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딸린 멋진 집 사진은 많이들 보셨을 거니깐, ranch 수준의 house 중에서는 낮은 등급의 집은 이렇게 생겼답니다. ^^



** Condo 또는 Town house - 다른 집과 옆으로 죽~ 붙어있는 형태입니다. 보통 2층짜리이고 basement까지 있는 condo도 있습니다. 당연히 위 아래로는 모두 내 집이니까 층간 소음 같은 건 전혀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또 집이 보통 3-10채가 옆으로 죽~ 붙어 있기 때문에 끝 집 (end unit)이 아무래도 좀더 인기가 있습니다. 창도 3면으로 뚫려있구요. 저희 집도 condo의 end unit 이랍니다. ^^;;;

** Duplex - Condo 와 house 의 중간쯤 되는 건데요, condo와 달리 2채가 딱 붙어있습니다. 그러니 어느 집이든 end unit 인 셈입니다. condo 보다 조금더 고급스럽고 웬만하면 garage가 딸려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넓이라도 좀더 비쌉니다. duplex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긴 한데, 개념이 좀 어중간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인기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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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고급의 2층짜리 듀플렉스는 이렇게 생겼답니다.



** Apartment - 이웃 집과 양옆 그리고 위아래로 붙어있는 형태입니다. 한국의 아파트를 상상하시면 됩니다. 보통 이런 집은 retirement town 같이 노인들이 은퇴 후에 집단으로 거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맨하탄, 시카고 같이 대도시의 다운타운이라면 이런 apartment는 luxury한 주거공간이 되지요. ^^

집의 종류가 대략 이 정도가 있네요. 이 외에도 고려하실 것은 많습니다. 부동산 업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얘기가 있지요. "Location, Location, Location!". 그렇습니다. 어느 동네에 사느냐, 어느 학군에 사느냐에 따라 집값이 천차만별입니다. 또 이웃이 어떤가 하는 것도 중요하구요, 직장, 학교, 다운타운, grocery랑 얼마나 가까운가 하는 것도 고려사항이고, 한국인들이 주위에 많이 사는가도 역시 중요한 고려사항입니다.

글이 길어졌으니 이런 것들에 대해서 또 다음 편에 계속 얘기하도록 하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