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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살이

미국에서 집사기 - 6. 매물로 나온 집에 관한 정보 얻기

1. 매물은 어디서 찾나?

대략 어느정도 예산으로, 어떤 종류의 집을 살지를 결정하였으면 이제 집을 보러다닐 차례입니다.
일단 어떤 집들이 시장에 나와있는지를 알아야겠지요. 우리나라처럼, 살고 싶은 동네의 복덕방에 가서 물어보면 되는... 그런 시스템은 아닙니다.
첫번째 방법은 바이어 리얼터를 고용하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집 구매자가 바이어 리얼터에게 지불하는 돈은 한푼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주위에서 추천을 받아서 성실하고 믿을만한 바이어 리얼터와 접촉을 해서 상담을 하고 본격적으로 집을 보러 다니면 됩니다. 보통 어느정도 예산으로, 어느 동네에 집을 사고 싶다, 이 정도 얘기만 하면 바이어 리얼터는 그 도시의 매물 중에 적당한 것을 골라줍니다. 아울러, 1주일 또는 2주일에 한번씩 부동산 매물을 모두 실어놓은 책자가 도시마다 발행됩니다. 이 책자를 주면서 맘에 드는 것 골라라, 이렇게 나올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그 책자에는 셀러들이 셀러 리얼터에게 의뢰한 매물들이 모두 실리기 때문에 가장 방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리얼터를 쓰고 싶지 않다면, 각 도시마다 셀러 리얼터에게 의뢰한 매물들을 게시해놓은 웹사이트가 있습니다. 도시마다 다르기 때문에 제가 하나하나 알려드릴 재주는 없구요, 최근에 집을 산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웹사이트 주소를 알 겁니다. 그곳에 가면 앞서 말씀드린 책자에 있는 것과 같은 내용이 올라와 있습니다. 가격별, 지역별로 검색이 가능하니까 오히려 편하다고 할 수도 있지요. 이렇게 셀러에게 의뢰한 매물을 한꺼번에 모아놓는 것을 MLS (Multi-Listing Service)라고 하는데요, 모든 리얼터들이 정보를 공유할 목적으로 각 도시마다 이런 시스템을 갖춰놓고 있답니다.

이 웹사이트에는 웬만한 매물들이 다 있지만 셀러가 직접 파는 물건, 즉 FSBO (For Sale By Owner) 매물은 올라와 있지 않습니다. 이것까지 검색하고 싶으면 Google 같은 곳에서 FSBO로 검색하시면 전국을 커버하는 FSBO 웹사이트가 몇개 나옵니다. 이곳에 zip code로 검색하시면 내가 살고 싶은 동네에 FSBO 매물이 얼마나 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웹사이트 역시 셀러가 어느정도 돈을 내고 리스팅을 합니다. 그래서 모든 FSBO가 올라와있다고 보긴 힘들구요, 역시 살고 싶은 동네를 차를 타고 죽~ 돌아다니는 게 가장 확실한 정보를 얻는 방법입니다. 집 앞 또는 창문에 For Sale, 또는 For Sale By Owner 이런 사인들이 걸려있고 전화번호가 있습니다. FSBO인 경우에는 셀러 전화번호가 있구요, 부동산에 의뢰한 경우라면 realtor 전화번호가 나와있습니다. 전화해서 약속 잡고 집을 구경해야겠지요.

저는 일단 우리동네 MLS 매물을 올려놓은 웹사이트를 일단 검색했습니다. 그래서 맘에 드는 동네의 맘에 드는 물건을 보면 셀러 리얼터에게 직접 컨택을 했구요, 약속을 잡고 집을 하나씩 봤습니다. 보러갈 때마다 그 근처를 지나면 또 다른 매물들이 눈에 띕니다. 그러면 또 사인에 있는 전화번호를 메모했다가 컨택해서 또 보고... 이런 식으로 하면 별로 놓치는 매물은 없을 겁니다.

2. Auction 이나 Foreclosure 매물

사용자 삽입 이미지

(foreclosure.com에 올라와 있는 정보)

요즘 부동산 경기 침체 때문에 시장에 auction (경매)나 foreclosure (차압) 물건이 많이 나와있습니다. 이쪽으로 잘 아는 분이 있으면 한번 도전해보시면 좋은 물건을 싼 가격에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위험부담도 크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셔야 합니다.
경매나 차압물건에 관한 정보는 foreclosure.com에 가시면 볼 수 있습니다. 이메일을 등록하면 새 물건이 나올 때마다 메일을 보내줍니다.

저는 MLS에 올라와 있는 Foreclosure 물건을 하나 구경한 적이 있습니다. 보통의 경우는, 은행이 차압했다가 그럴듯하게 고쳐서 전혀 문제없는 집처럼 파는 게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이 집은 차압을 한 후 전혀 고치지 않고 팔더군요.
우리동네에서 가장 학군이 좋은 1급지에 있는 집이었고, 주변 시세가 18만불 정도 하는데, 이 집은 10만불에 나와있었습니다. 하지만 집의 상태는 엄청난 수리를 필요로 했습니다. 지붕도 새로 얹어야 하고, 카펫도 다 깔아야 하고, 지하실에 곰팡이도 제거해야 하고, 외벽에도 나무가 썩은 곳이 조금 눈에 띄었고... 리얼터 말로는 다 고치려면 대략 3만 5천불쯤 들 것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넉넉잡고 14만불 들여서 이 집을 사고 고친 다음, 시세에 맞춰서 18만불에 팔면 아주 짭짤한 장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이 집을 놓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미국인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정말 환상적인 딜이라고 하면서도, 그 집이 아직 팔리지 않은 이유가 있지 않겠냐, 그리고 정말 3만 5천불이면 다 고치겠냐 이런 것들도 생각해보라고 하더군요. 결국 집에 대해 잘 아는 미국인 친구 둘과 같이 그 집을 한번 더 보려고 리얼터에게 다시 전화를 했더니 이미 계약이 끝나서 다음주에 closing 할거다는 말을 듣고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는 없었습니다. 근데 이상한 건 그 이후로도 몇달동안 MLS에는 계속 리스팅이 되어 있더군요. 그 계약이 파기된 것 같던데, 그래서 다시 전화해 볼까 하다가... 그냥 속편하게 지금 살고 있는 콘도를 맘을 정했습니다만... 4만불 벌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인지, 아니면 밑바진 독에 물을 붓는 불운을 피할 수 있었던 건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이런 경우도 있답니다. ^^

3. 정확한 거래정보를 county 웹사이트에서 확인

집에 관한 문서는 모두 county에서 보관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카운티가 그럴 것 같은데, 제가 살고 있는 카운티에서는 집의 등기부등본에 해당하는 서류를 온라인으로 검색해서 볼 수가 있습니다. 또 실제 얼마에 매매가 되었는지 거래 정보 역시 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고 싶은 집을 하나 보셨으면 그 주소로 카운티 홈페이지에 가서 검색을 하시면, 몇년 전 지금 주인이 그 집을 샀을 때 얼마 주고 샀는지, 그 주위 집들의 실제 거래가격은 얼마인지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걸 알아야지 최종 오퍼를 할 때 협상에서 우위에 설 수 있을 겁니다. 예를 들면, 지금 집주인이 좀 싸게 집을 샀다면 아무래도 더 많이 깎아줄 여지가 있겠지요. ^^

다음 글에서는 실제 집보러 다닐 때 신경쓸 것들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