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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은 제 2의 이인제일까...

요즘 최고의 키워드는 단연 이회창이다. "왕의 부활" 수준까지는 안되지만 한물 간 줄 알았던 그가 "제 3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파괴력은 여론조사에서 당장 드러난다. 단숨에 25%를 넘으며 2등으로 올라섰고, 아무도 깨지 못했던 이명박의 50% 지지율을 30% 대까지 끌어내렸다. 이명박이 새벽에 그의 집앞에서 "뻗칠만한" 이유는 충분하고도 남는다.

1. 손익계산

표계산부터 해보자. 이회창 출마의 최대 피해자는? 이명박과 문국현이다. 문국현은 계속되던 상승세가 주춤할 수밖에 없고 여론의 관심으로부터 일시 멀어질 수 있다. 대선까지 하루가 아까운 이 때에 엄청난 손해이다. 지지율이 15%만 되어도 뭔가 해볼 자체 역량이 있을텐데 10%도 안되는 현 상황에서는... 엄청난 정치력으로 난국을 타개하는 수밖에 없다. "이 vs 이"의 구도를 깨기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문국현에게는 첫번째 시험대가 아닌가 싶다. 김헌태,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이명박... 최대 피해자이다.
눈에 보이는 지지율 하락이 문제가 아니다. 첫째, 지금까지 적당히 왼쪽으로 옮겨간 스탠스를 보이며 산토끼를 야금야금 잡아왔지만, 집토끼들이 다 달아나게 생겼다. 무주공산 오른쪽을 이회창이 치고들어온 것이다. 역시 정치도 블루오션 전략이다. ^^

둘째, 이명박의 비리가 드러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보수세력이 지금까지 그냥 눈감고 있어왔지만, 이회창이란 대안이 있기에 이명박이 한방에 끝장나도 별 아쉬울 게 없다. 그의 비리를 눈감아줄 세력이 아주 얇아졌다고 보면 된다.

세째, 이명박이 그 모든 검증을 무사히 통과한다 하더라도... 이회창과 막판 단일화는 피할 수 없다. 단일화하지 않으면 이회창은 제2의 이인제가 될 것이며, 그건 야권 표의 분산이다. "확실하게" 이기려면 단일화할 수밖에 없다.
국무총리도 한 이회창이 무슨 자리 욕심을 내겠는가? 이회창은 명분을 쥐고 사퇴를 할 것이며, "좌파정권 종식" 비슷한 구호를 확실히 넣어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이게 이명박 입장에서는 참 까다롭다... 그러하기에 이회창 출마는 그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였던 것이다.

2. 향후 예상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별 변화가 없다면 이회창의 지지율은 지금 나오고 있는 25%가 최대치라고 본다. 이인제가 22% 정도 득표 하였던가? 어쨌든, 한나라당을 나와서 "정권 교체"를 주장한다는 것 자체가 25% 넘는 사람에게까지 설득력을 갖긴 어렵다. 죽으나 사나 한나라당인 사람들은 25% 보다는 많다. 따라서 이회창이 1등하기는 거의 불가능인 것이다.

하지만 가정을 바꿔보자. 상황에 변화가 있다면? 즉 이명박 "유고"시에는???
이회창이 "해볼만 하다"고 덤빈 것도 이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예상했기 때문일 것이다. 97년 대선과는 또 다르다. 그때는 자신의 두 아들 병역문제 대문에 자신의 인기가 떨어진 것이지 후보자격이 박탈되는 상황까지 간 것은 아니다. 그러기에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이회창을 버릴 명분이 없었고 이인제 역시 이회창을 압도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이 실정법 위반으로 구속이라도 된다면? 한나라당 전체가 이회창을 "옹립"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더군다나 그때는 김대중이라는 큰 산이 있었지만 지금 대항마 정동영, 문국현 등은 김대중에 비해 너무나 약한 존재이다. 한나라당의 대표주자만 되면 대권은 따놓은 당상이다.

이명박이 끝까지 살아남으면... 이회창은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다. "이것으로 내 소임은 다했다고 본다" 이러면서... 이번 출마선언이 이회창 입장에서는 양손에 떡을 든 상황인 것이다. 뒷방 늙은이에서 강력한 캐스팅 보트로의 화려한 컴백이라... 노욕이라는 소릴 들어도 좋다~ 조금의 운만 닿으면 대권은 내 것인데 뭘~~~

3. 이명박은 코가 꿰었다.

비록 양손에 떡은 쥐었지만, 이회창의 손에 든 떡은 쉰떡일 것만 같다. 이명박이 유고될 가능성은?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1%도 안된다. 김경준이 입국을 하고, 도곡동 땅에 100층짜리 건물이 올라가도... 12월 19일 전에 이명박이 검찰 손에 구속되면 난 앞으로 매일 검찰청사를 향해 절을 올릴 생각이다. 의혹이 무성해지면서 97년 상황처럼 지지율이 떨어질지언정, "후보 유고"라는 상황은 12월 19일 이전에 벌어질 가능성이 거의 0% 이다.

그러하기에 한나라당도 아주 곤란한 입장에 처하게 될 것이다. "우리 후보"를 버리기엔 명분이 약하고, 그렇다고 무작정 지지를 하기엔 너무나 약점이 많고... 결국 97년과 비슷한 상황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한가지 다른 점이라면 그때는 김대중 1등에 2, 3등이 한나라당 후보였지만, 이번엔 1, 2등이 한나라당 후보일 것이란 점... 그러하기에 더더욱 필사적인 승부를 벌일 것이란 점이 차이일 것이다.

2002년으로 돌아가보면, 노무현과 정몽준이 단일화에 합의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더블스코어로 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2등과 3등 해봐야 아무 소용 없으니까, 합쳐서 1등에 한번 도전해보자" 이 산수가 먹혔던 것이다. 97년도 생각해보자. 김대중은 1등이었다. 이회창이 2등이었고... 이인제가 나오기 전에 김종필은 3등이었다. 1등과 3등은 단일화가 가능했다. 누구로 단일화할지는 답이 나와있었고, 3등은 1등에게서 최대한의 양보만 얻어내면 되었으니까.

이제는 1등과 2등의 단일화이다. 과연 가능할까? 1등의 엄청난, 말 그대로 엄청난 양보가 없이는 단일화가 불가능하다. 1, 2, 3등이 박빙이라서 1등의 당선을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면 2등에게 여론의 사퇴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2등 역시 당선 가능성이 높기에 절대 포기 못한다. 이게 이명박이 처한 딜레마인 것이다.

이명박이 이 엄청난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를 한번 지켜보고 싶다. 난 비록 그가 우리나라 대통령으로 자질이 안되는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이번 기회에 그의 정치력과 추진력이 빛을 발한다면, 그가 당선되어도 그리 많이 슬프진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우왕좌왕하면서 얕은 꾀나 부리고, 근시안적 언행만 일삼고, 정치적 도의를 버린다면... 결국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4. 판은 흔들렸다만...

범여권이 그토록 바라던 상황이 왔다. 그렇게 판을 흔들고 싶어하지 않았던가?  개헌도 제시해보고, 대통합, 소통합 소동도 벌여보고, 경선도 요란하게 치뤄보고, 파병문제로 이슈를 삼아보기도 하고... 그래도 요지부동이던 "판"이 흔들렸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판을 흔들었다. 범여권은 그냥 꿔다놓은 보리자루가 되고 말았다. 누군가 그랬던가? "범여권의 굴욕"이라고? ㅋㅋㅋ

믿기지 않겠지만, 이제 국민의 눈은 범여권을 향하고 있다. 정확히, 정동영과 문국현을 향하고 있다. 생각해보라. "이명박이 될까 이회창이 될까" 이 구도가 재밌고 흥미진진한 구도인가?
국민들의 요구는 이 흔들린 판 틈새로 누구든지 치고들어와 신나는 굿판을 벌여줬으면 하는 것이다. 판은 딴 사람이 흔들었지만, 이 흔들린 판을 뒤집을 능력만 있으면 기꺼이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갖고 있다고 본다.
판은 흔들렸지만 두 한나라당 후보만 풍악을 울려댄다면, 그건 범여권에 대한 확인사살일 뿐이다. "저들은 무능했다"는 관념을 재차 확인시켜주는 것일 뿐이며, 집권 의지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몇 일만 더 기다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