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보기

손학규, 보여줄 걸 다보여준 사람에게 기대는 무슨...

오마이뉴스에 손학규 인터뷰 (온라인 청문회)가 나왔다.

그가 한나라당에 있을 때는 나름대로 주목해왔지만, 그건 한나당의 손학규에 대한 기대였다. 민주신당에서의 손학규? 웬지 어울리지 않았다. 민주화운동하다가 한나라당 간 사람이 한둘인가? 그러다 다시 범여권으로 온 사람이 한둘인가? 손학규 역시 그들 중 하나로 보일 뿐이었다.

손학규에 남은 마지막 애정으로 그의 인터뷰 내용을 한자 놓치지 않고 찬찬히 읽어보았다. 몇가지 내가 놓쳤던 것들을 보았다. 그가 이번에 꼭 대통령을 하겠다는 의지, 아주 확고했다. 이명박을 이길 수 있는 근거들, 나름대로 동의할 수 있었다. 정체성? 원래 별로 맘에 두고 있지 않았지만, 친정에 돌아왔다는 말에 어느정도 수긍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손학규는 무능하다"는 내 판단에는 변함이 없다. 손학규는 자기가 경기지사를 하면서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보다 훨씬 나은 성적표를 내밀고 있다. 이런 걸 알리면 경제 = 이명박의 허상을 깰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한나라당 경선 때는 왜 못했나? 그때 통하지 않았던 것이 대통령 선거 때는 통할 거라고 믿는가? 순진한 건가, 멍청한 건가?... 대세론이 문제였다고? 노무현은 이인제 대세론을 보기좋게 날려버렸다.
민주신당 경선 역시 마찬가지이다. 경선 시작하기 전, 그는 민주신당 후보 중 줄곧 지지율 1위였다. 대세론 역시 그의 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후보 당선은 고사하고 3위로 미끄러질 것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왔다. 또한번 그의 무능함을 보기좋게 증명해 보이고 있을 뿐이다.

국민들이 참여정부에 실망한 부분을 그리도 모르는가? 대통령이 말이 많은 건 그냥 좀 짜증만 날 뿐이다. 정말 화가 나는 건, 그렇게 밀어줬는데도 뭔가 제대로 해낸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못한다, 안된다"는 투정만 일삼은 것이다. 그런데 또 무.능.한. 인물을 밀어달라고? 꿈 깨시라~

386 정치인들이 하나둘씩 손학규의 품으로 달려갈 때 참 웃긴다고 생각했다. 지지율 1등한테 붙는구나, 그냥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인터뷰를 보니 아닌 것 같다. 386과 손학규는 코드가 일치한다!
당신들은 이명박에게 20세기 노가다라고 손가락질 할 자격이 없다. 당신들의 시대의식은 딱 1980년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손학규는 얘기한다. 자기가 되어야 남북의 평화가 지속되고 민주주의가 확장될 것이라고... 민주신당이, 386 정치인들이 지금까지 국민들에게 계속 협박해왔던 그 레퍼토리 그대로이다.

나같은 평범한 사람도 안다. 김대중과 노무현, 두 인물에 의해 민주주의는 이만큼 왔다. 남북의 평화 화해 무드는 더이상 뒷걸음질치기 어렵다. 그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이 흐름을 거스르지 못할만큼 민주주의는 성숙해있다. 대통령 욕하기가 온국민 스포츠가 될만큼의 자유를 누리는 국민들이, 박정희, 전두환 때처럼 백주대낮에 영문도 모르고 끌려가는 독재정치로 돌아가면 가만히 있을 것 같은가?

시대정신을 읽어야 한다. 이명박이 왜 50%가 넘는 지지를 받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 수많은 의혹과 부도덕에도 불구하고 그의 지지율은 좀처럼 떨어질 줄을 모른다. 박근혜처럼 열성 지지자들이 아니라고? 열성 지지자의 표는 10배로 쳐준다던가? 어차피 똑같은 한표이다. 민주신당에서 후보만 나오면 해볼만한 싸움이 될거라고? 반한나라당 정서가 5년전과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부터 연구해보시라. 5년 전 이회창이 지지율 40%를 넘은 적이 있는지 조사해 보시라.

5년전과 지금은 분명히 다르다. 이명박에게 가 있는 지지자들을 끌어올 인물이 필요하다. 이명박의 "경제"는 재벌 중심, 대규모 부동산 개발 중심, 그리고 천박한 신자유주의일 뿐이다. 이걸 국민들의 가슴에 와닿는 언어로 풀어낼 인물이 필요하다. 평생 직업이 언론인, 정치인, 학자였던 사람들은 이명박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2007년, 시대가 요구하는 인물은 민주신당에 없기에, 그들의 지지율이 지금 요모양 요꼴이라는 걸 과연 알기나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