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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신당 경선에 대한 단상, 그리고 유시민...

1.
별 관심도 없는 민주신당 예비경선이 끝났다. 5명의 난장이들이 이제 추석을 전후해서 전국을 순회하며 오픈 프라이머리를 하겠다고 나섰다.
오픈 프라이머리... 이명박, 박근혜가 합쳐서 70%의 지지도를 보일 때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기막힌 아이디어로 기획된 경선 방식이다. 하지만 민주신당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낮은 판에, 후보들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낮은 판에 오픈 프라이머리가 과연 어느정도 파괴력을 가질 지 의문시 될 뿐이다. 애초 수백만의 선거인단을 기대했지만 겨우 백만 또는 수십만에 그친다면? 흥행은 물 건너갔다고 봐도 무방하다.

2.
경기는 시작했는데 아직도 룰이 정해지지 않았다! 이런 골때리는 경우가 어디있는가? 100m 달리기를 하는데 머리가 먼저 들어와야 하는지 발이 먼저 들어와야 하는지 룰도 정해지지 않았단다. 달리는 도중에 선수들에게 얘기해줄거란다. 한 50m 달리다가 결승선에서 어떤 액션을 취할지 통빡을 무지 굴려야 한다. 이런 육상경기라면 참 웃기지 않을까?
여론조사를 넣을지 말지를 놓고 아직 합의된 것이 없단다. 열린우리당의 지난 4년을 보는 것만 같다. 무능하고, 중구난방이고... 가뜩이나 재미없는 경선, 더더욱 정나미 떨어지게 만들고 있다.

3.
만약 이 오픈프라이머리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여론조사를 넣는 건 넌센스이다. 수백만의 선거인단이면 되지, 여기에 뭘 더한단 말인가? 하지만 선거인단이 그만큼은 안될 것이기 때문에 후보들은 고민스럽다. 결국 지금 나와있는 여론조사의 1등은 집어넣자고 할거고, 1등 아닌 사람은 절대 안된다고 할 거고... 공당의 후보를 뽑는데 높은 비중의 여론조사를 포함시키는 건 여론조사 전문가 입장에서는 비과학적이지만, 어디 정치가 그리 과학적인 건가?
최악의 경우 손학규가 판을 깨는 것도 예상은 해볼 수 있으나... 결국 그렇게 되었을 때 민주신당 경선 자체가 완전 난장판이 되기 때문에 아무도 손학규가 나가는 걸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주 낮은 퍼센티지를 반영하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까 점쳐본다.

4.
그럼에도, 민주신당 경선은 재미가 없다. 재미없는 이유는? 누가 뽑혀도 본선경쟁력이 너무나 떨어지기 때문이다. 손학규? 예선에서 1등과 3등 하던 사람들이 본선에서 다시 붙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결과는 뻔하다. 정동영? 조직력 하나로 지금까지 버텨왔지만 본선경쟁력은 손학규보다 더 낮다. 유시민? 시대정신이 그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해찬? 유시민과 마찬가지다. 한명숙? 경선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극히 낮기에 언급하지 않겠다.

5.
혹자는 대선은 결국 51 대 49의 싸움이라고 한다. 그 구도는 2002년 대선에서 끝났다고 본다. 이회창이 지지율 50%를 넘긴 적 있던가? 당시까지 반한나라당 정서는 강력했다. 2007년은 그 정서가 많이 희석되었다. 이명박과 박근혜 지지율을 합친 게 몇달에 걸쳐 70%를 넘었다. 약해질대로 약해진 반한나라당 정서를 더이상 기대해선 안된다.
더군다나 (실체와 상관없는) 이명박의 유연한 스탠스는 한나라당의 포지션을 왼쪽으로 한발 끌어왔다. 박형준부터 전여옥까지 아우른 그의 캠프는 좋게 보면 포용력을 보여준다. 5년이 조금 아쉬웠던 사람들에게 10년은 이제 충분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 외에도 한나라당의 이명박이 당선될 이유는 충분히 많다. 관성에 기댄, 기존 정치세력에 매몰된 관점은 이명박 필승만을 가져올 뿐이다.

6.
유시민... 그의 경선참여는 나에겐 의외였다. 복지부 장관을 하며 진지한 움직임을 보이는가 싶더니 또 "촐싹"대며 대통령 도전을 선언해버렸다. 단기적으로 보면, 그의 입장에서는 이번 출마가 실보다 득이 많을 것이다. 아무리 못되도 경선주자였다는 경력은 플러스이다. 잘되면 5년 후 정동영이 될 수 있다. 노무현, 이인제 틈바구니에서 얼마되지 않는 득표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경선레이스를 펼침으로써 정동영은 향후 5년동안 막대한 지분을 누릴 수 있었다. 이번 경선에서 유시민으로 단일화되어 끝까지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레이스를 펼친다면 유시민의 정치적 위상은 급격히 높아진다. 하지만 정동영과 마찬가지로 그게 5년밖에 못가는 생명력이라 생각된다. 유시민, 그가 시대정신을 읽는 지도자라면 이번엔 출마가 아니라 킹메이커 역할을 하는게 장기적으로 훨씬 낫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혹시 이해찬으로 단일화를 하여 킹메이커가 되려고 판을 그리고 있을까? 그러러면 그의 캠프에서 선대위원장을 맡는 게 훨씬 모양새가 좋다. 지금처럼 단일화 시기를 놓고 삐거덕 거리는 건 그의 비토세력만 늘릴 뿐이다.

7.
그렇다. 유시민 비토세력... 이게 문제다. 분명히 밝히지만 나는 유시민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에겐 정이 가고 꼭 잘되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상위 5%에 드는 청렴함과 정의감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나는 그의 단점까지 좋아하지만, 그에겐 장점에 못지않은 단점들이 있다. 그것들이 그의 본선경쟁력을 지극히 낮게 만든다. 무엇보다도 지금의 시대정신과 유시민의 장점은 잘 매치되지 않는다.
나는 대통령은 하늘이 낸다는 말을 믿는다. 노무현이 이런 점을 잘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그가 보여준 삶의 궤적이 2002년에 요구하던 시대정신과 너무나 부합하였다. 차떼기 같은 부정부패를 해소하고, 동서화해를 이루고, 정치개혁을 이루고, 지방분권화를 하라는 국민들의 명령에 가장 부합하는 후보가 노무현이었던 것이다.
지금의 시대정신으로 돌아가보자. 무능한 집권세력 때문에 이명박의 청계천과 버스노선 개혁이 돋보인다. 힘든 민중들의 삶이 "이명박의 경제"를 기대하게 만든다. 민주주의는 이룩되었고 권위주의와 권력기관의 폭력성 역시 많이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먹고사니즘'이다. 과연 유시민은 자신의 어떤 경력으로 이 시대의 요구에 대답할 것인가? 그가 진정 시대의 흐름을 읽는 정치인이라면, 이번 출마는 장기적으로 그에게 실이될 뿐이다. 결국 2002년의 정동영처럼 떡고물이나 얻어먹으러 나온 정치꾼으로 한단계 격하되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만 들 뿐이다.

8.
그렇다. 시대정신이다. 대통령은 이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인물이 뽑힌다. 그렇기에 나는 문국현을 주목한다.
서민들이 생계를 힘들어한다. 그러하기에 "경제"를 내세운 이명박에게 막연히 기대를 보낸다. 하지만 그의 "경제"가 재벌중심, 낡은 패러다임 경제라는 건 별로 신경쓰는 사람이 없다. 먹고살기 힘드니까 = 경제를 살릴 대통령, 이런 일차원적인, 구호 차원의 도식만이 이명박 지지율 50%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막연히 "경제"가 안좋아서 서민들이 먹고살기 힘든가? 주가가 2000 포인트에 육박하고, 수출이 연속 흑자를 이루고, 각종 지표들은 대한민국의 성장을 가리키고 있는데 서민들은 더더욱 먹고살기 힘든 양극화가 문제가 아닌가? "괜찮은" 직업이 점점 사라지고 양산되는 비정규직이 문제가 아닌가? 낮은 생산성과 초과 노동 시간은 노동의 비효율성이 아니라 자본의 비효율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이런 부분을 제대로 지적할 사람이 민주신당에 있는가를 냉정히 되물어야 한다. 과거 직업이 주로 정치인 또는 언론인이었던 사람들이 대기업 CEO 였던 사람과 붙어서 그의 허구를 낱낱이 드러내고 국민들에게 "나는 할 수 있습니다" 라고 설득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이런 면에서 문국현은 그의 삶을 통해서 이명박의 허상을 공략할 수 있다. 그 스스로가 자본의 효율성을 통하여 높은 생산성을 만들어낸 장본인이 아닌가? 그 스스로가 비정규직을 양산하지 않고 정규직 보장을 통해 기업의 높은 이윤을 만들어냈던 사람 아닌가?

유시민에서 글을 끝내려 했지만 결국 문국현까지 와버렸다. 민주신당 경선, 지켜볼수록 나의 믿음은 확신으로 더해져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