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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석궁 테러"의 진실은 어디에...

예전에 김명호 박사의 "석궁테러" 기사가 났을 때 나름 관심을 갖고 썼던 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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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새 2심 판결까지 끝났나 보다. PD수첩에서 지난 주 판결 결과에 관한 방송을 했다.
먼저 김박사에게 사과를 해야할 것 같다.
언론에서 "석궁으로 판사를 쏘았다"고 해서 무심결에 "석궁 테러"라고 제목을 붙였지만 제출된 증거로 봐서는 이것이 "석궁 테러"라고 단정지을 근거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경비원의 진술과 김 박사의 일관된 진술은 모두 판사와 김박사가 실랑이를 하다가 석궁이 근거리에서 우연히 발사되었음을 보여준다. 그에 반해 피해자인 판사는 몇번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비원이 보관했다는 끝이 뭉퉁하고 깃이 부러진 화살... 이것은 어디에도 발견되지 않았다. 증거가 사라졌든 은폐되었든, 중요한 것은 사건의 최초 목격자인 경비원이 박 판사가 들고 있던 화살은 그런 상태였다고 증언하고 있다. 재판부는 왜 이 진술을 무시하는가?
판결문에서는 흉기가 사라졌다고 살인사건이 성립되지 않는가 라고 반문하고 있지만, 그 사라진 흉기에 대한 유일한 증언, 그리고 경찰이 실시한 실험 결과는 왜 애써 무시하는가?

두번째로 혈흔이 검출되지 않는 와이셔츠.
이것은 사건의 고의성을 입증하거나 반증할 증거로 쓰이긴 힘들다. 오로지, 피해자 측의 정직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와이셔츠를 제외한 다른 옷에는 모두 혈흔이 검출되었지만 오로지 그 옷들 사이에 입었던 와이셔츠에서만 혈흔이 검출되지 않는다? 정말 희대의 미스테리가 아닐 수 없다.

이 와이셔츠를 둘러싼 논점은 두가지이다.
하나는 다른 옷에 묻은 혈흔이 과연 박판사의 것인가? DNA 검사라는 간단한 방법이 있는데도 재판부는 상식밖의 이유를 대면서 DNA 검사를 거부하였다. 여기서 대담한 가정을 하나 해보자. DNA 검사를 했고, 옷에 묻은 피가 박판사의 것이 아니라면? 원고측의 증거조작이 의심될 것이다.
두번째로, 백보 양보해서 다른 옷에 묻은 피가 박판사의 것이라 인정해보자. 그래도 여전히 와이셔츠에서 혈흔이 검출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설명이 되지 않는다. 집에서 쓰는 빨래비누로 깨끗하게 손빨래를 해도 약품에 의해 검출되어야 하는 게 바로 이 혈흔이다. 내복에 묻은 피를 보면 제법 넓게 묻어있고, 그렇다면 와이셔츠에 전혀 묻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쯤되면, 원래 입고 있던 와이셔츠는 어디로 갔는가 라는 질문을 던져볼만하지 않은가?


사건을 아주 냉정하게 보면, 박판사의 배에 석궁이 박혔던 것은 사실이다. 지름 0.7cm 정도, 깊이 2cm 정도의 상처가 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문제는 김명호 박사가 1) 이 판사를 죽이기 위해 조준을 해서 석궁을 발사했는가, 아니면 2) 석궁을 한 손에 든 채 판사에게 따지러 다가가고 판사는 지레 겁을 먹고 김박사와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화살이 발사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경찰의 실험결과는 김박사의 주장을 간접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또한 화살깃이 부러져 있다는 사실 역시 사용된 화살이 어딘가 단단한 곳에 먼저 맞고 아주 운나쁘게 박판사의 배에 꽂혔을 가능성을 설명해준다. 살인미수 사건을 성립하는 유일한 근거는 피해자인 박판사의 증언 뿐이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실형 4년을 구형하였다.



최근에 미국 법정 드라마인 Shark를 열심히 봤다. 미국과 한국의 법률 시스템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보편적으로 통하는 기준들도 있을 것이다. 한 에피소드에 나온 사건은, 검찰이 우발적으로 증거를 조작하게 되고, 그것이 결국 변호인에게 발각되어 검찰측이 완전히 궁지에 몰리는 이야기가 있었다. 드라마에 나온 판사는 단호하게 그 증거를 제외시켜 버리고 관련된 검사의 변호사 자격을 박탈하느니 마니 하면서 엄중히 경고를 했다.

드라마라는 원더랜드가 아니라, 만약 한국에서 판사가 증거를 조작했다면 그건 한 판사의 문제가 아니라 이 나라 사법부가 완전히 먹물을 뒤집어쓰는 경악할 사건이 아닐까? 대한민국을 뒤질랜드로 만들게 아니라면, 판사가 증거를 조작하는 일 따위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어야 할 것이다. 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