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지금 미국에 살고 있습니다. CNN을
틀면 이라크와의 전쟁 소식은 꼭꼭 빠지지 않고 나옵니다. 그냥 뉴스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 중심으로 몇가지 오늘 현재(2003년
2월 21일) 풍경을 전해드릴까 합니다.
풍경 1
이라크와 관련, 미국이 유엔에 새로운 결의안을 제출한다고 합니다. 지난번 이라크 무기 사찰단의 중간 보고를 근거로 "즉각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며 사찰 중단과 무력 침공을 결의하기 위한 새 걸의안으로 보입니다.
정말 우려스러운 것은, 여론조사 결과가 전쟁에 찬성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CNN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미국 국민의 절반 이상이 이 새로운 결의안이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당장 이라크와 전쟁해야 한다는 의견이 70% 정도 됩니다. 작년 10월에는 50%에 밑돌았는데 말입니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이라크와 빈라덴이 관련되어 있다고 믿는 사람은 40%가 안되고, 이라크보다는 국내 경제침체가 더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10% 포인트 정도 더 많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부시는 이러한 국민들의 지지(? -- 그들의 끊임없는 위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유엔에 결의안을 제출하고 이라크와 전쟁을 치르기 위해 한발짝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풍경 2
"터키 방어군 파견"을 둘러싸고 나토에서 토론이 있었고 프랑스와 독일의 강력한 반대 속에서 아직은 나토가 방어군을 파견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라크 전쟁이 벌어지면 터키가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논리 하에서 이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을 미국의 꼼수라고 봅니다. "침공"은 정치적으로 부담스럽지만 "방어"는 덜 부담스러운 결정입니다. 하지만, 터키에 방어군을 보내는 그 순간, 관련 국가들은 전쟁에 한발을 담그는 꼴이 됩니다. 이후에 발을 뺄 수 없도록 묶은 다음에 이라크와 전쟁을 치뤄서 국제적인 지원을 받는 것처럼 보이겠다는 것이 미국의 시나리오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술수가 꼼수라는 건 누가봐도 뻔합니다. 결국 미국 독자적으로 터키에 4만 병력을 보내기 위한 협상을 터키와 벌이고 있습니다.
한가지 흥미로운 건 터키의 외교력입니다. 그들이 미국의 원조를 받는 상위 국가들 중의 하나라는 것은 다들 알 것입니다. 덧붙여서, 이 기회에 막대한 원조를 챙기려고 합니다. 전쟁 때문에 터키 경제가 침체될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이에 대한 보상을 미국에게 당당히 요구한다는 점입니다. 그 액수도 엄청납니다. 300억불, 우리 돈으로 약 40조원입니다. 비록 국제적인 반전 무드에 역행하는 행동이긴 하지만, 그들의 지정학적 위치를 십분 이용하여 자국의 실리를 챙기는 모습... 무어라 비난만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풍경 3
앞서 나토의 결정과 프랑스, 독일의 입장을 말씀드렸습니다. 그에 대해 뉴스에는 심심찮게 미국인들에게 퍼져있는 반불, 반독 감정이 보도됩니다. 사람들이 프랑스산 와인을 먹지 않으려 하고 식당들도 앞다투어 프랑스산 와인을 팔지 않겠다고 한다는군요. 미국인들이 햄버거와 함께 먹는 감자 튀김 "프랜치 프라이"의 "French"라는 단어가 싫다고 메뉴판에서 그 글자를 "Freedom"으로 바꾼 패스트푸드점도 소개가 되더군요.
럼스펠드는 "유럽의 중심은 더이상 프랑스, 독일 등 서부가 아니다. 지금은 그 중심이 동쪽으로 옮겨가 있다"는 발언을 통해 두 나라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고,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독일의 수상은 전쟁 반대, 사찰 지속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는 CNN에서 프랑스, 독일, 영국의 주미대사를 연속적으로 불러내서 인터뷰를 갖더군요. 아주 공격적인 질문 끝에 시청자들의 이메일을 몇개 소개하는데 이런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미국)가 프랑스의 레지스땅스를 지원해서 나찌로부터 해방되도록 했는데 너희가 이럴 수 있냐?", 또 다른 의견은 "나찌가 2차 대전을 일으키기 전에 막았으면 그런 비극이 없지 않았냐? 이라크도 지금 당장 공격하지 않으면 너무 늦다!"... 정말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시청자 반응들이더군요... -_-
풍경 4
대구에서 참사가 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전 오마이뉴스를 통해 처음으로 전해들었습니다. CNN이 대서특필을 하는 바람에 중국, 일본도 기사을 엄청 키웠다고 그러더군요... 이곳에도 큰 화재가 두 건 났습니다. 하나는 동북부의 로드아일랜드에 있는 한 나이트클럽에서 난 불입니다. CNN에 의하면 적어도 86명이 사망했다고 하는군요. 또 하나는 엑손모빌 (Exxon Mobil)의 유류저장고가 폭발했다고 합니다. 안그래도 전쟁 때문에 기름값이 한참 올라있는데, 이 사건 때문에 기름값이 더 오를 전망이라고들 하는군요...
한가지 다행스러운 건 섣불리 테러와 관련짓는듯한 발언은 더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난번 콜롬비아호 참사 때의 성급한 오보가 남긴 교훈인지, 아니면 더이상 대형 참사와 테러를 연결짓지 않아도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테러"를 의심하는 습관이 널리 퍼졌기 때문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한 후배랑 얘기하는데 이런 얘기가 나왔습니다. "미국이 역사상 이렇게 비이성적일 때가 있었던가?" 그래서 제가 대답했죠. "언제 이런 때가 있었냐? 정말 드문 이런 상황을 목격하며 미국에 산다는 것은 어찌보면 행운일지도 모른다"고...
계속계속 열심히 관찰하겠습니다... ^^
풍경 1
이라크와 관련, 미국이 유엔에 새로운 결의안을 제출한다고 합니다. 지난번 이라크 무기 사찰단의 중간 보고를 근거로 "즉각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며 사찰 중단과 무력 침공을 결의하기 위한 새 걸의안으로 보입니다.
정말 우려스러운 것은, 여론조사 결과가 전쟁에 찬성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CNN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미국 국민의 절반 이상이 이 새로운 결의안이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당장 이라크와 전쟁해야 한다는 의견이 70% 정도 됩니다. 작년 10월에는 50%에 밑돌았는데 말입니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이라크와 빈라덴이 관련되어 있다고 믿는 사람은 40%가 안되고, 이라크보다는 국내 경제침체가 더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10% 포인트 정도 더 많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부시는 이러한 국민들의 지지(? -- 그들의 끊임없는 위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유엔에 결의안을 제출하고 이라크와 전쟁을 치르기 위해 한발짝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풍경 2
"터키 방어군 파견"을 둘러싸고 나토에서 토론이 있었고 프랑스와 독일의 강력한 반대 속에서 아직은 나토가 방어군을 파견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라크 전쟁이 벌어지면 터키가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논리 하에서 이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을 미국의 꼼수라고 봅니다. "침공"은 정치적으로 부담스럽지만 "방어"는 덜 부담스러운 결정입니다. 하지만, 터키에 방어군을 보내는 그 순간, 관련 국가들은 전쟁에 한발을 담그는 꼴이 됩니다. 이후에 발을 뺄 수 없도록 묶은 다음에 이라크와 전쟁을 치뤄서 국제적인 지원을 받는 것처럼 보이겠다는 것이 미국의 시나리오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술수가 꼼수라는 건 누가봐도 뻔합니다. 결국 미국 독자적으로 터키에 4만 병력을 보내기 위한 협상을 터키와 벌이고 있습니다.
한가지 흥미로운 건 터키의 외교력입니다. 그들이 미국의 원조를 받는 상위 국가들 중의 하나라는 것은 다들 알 것입니다. 덧붙여서, 이 기회에 막대한 원조를 챙기려고 합니다. 전쟁 때문에 터키 경제가 침체될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이에 대한 보상을 미국에게 당당히 요구한다는 점입니다. 그 액수도 엄청납니다. 300억불, 우리 돈으로 약 40조원입니다. 비록 국제적인 반전 무드에 역행하는 행동이긴 하지만, 그들의 지정학적 위치를 십분 이용하여 자국의 실리를 챙기는 모습... 무어라 비난만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풍경 3
앞서 나토의 결정과 프랑스, 독일의 입장을 말씀드렸습니다. 그에 대해 뉴스에는 심심찮게 미국인들에게 퍼져있는 반불, 반독 감정이 보도됩니다. 사람들이 프랑스산 와인을 먹지 않으려 하고 식당들도 앞다투어 프랑스산 와인을 팔지 않겠다고 한다는군요. 미국인들이 햄버거와 함께 먹는 감자 튀김 "프랜치 프라이"의 "French"라는 단어가 싫다고 메뉴판에서 그 글자를 "Freedom"으로 바꾼 패스트푸드점도 소개가 되더군요.
럼스펠드는 "유럽의 중심은 더이상 프랑스, 독일 등 서부가 아니다. 지금은 그 중심이 동쪽으로 옮겨가 있다"는 발언을 통해 두 나라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고,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독일의 수상은 전쟁 반대, 사찰 지속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는 CNN에서 프랑스, 독일, 영국의 주미대사를 연속적으로 불러내서 인터뷰를 갖더군요. 아주 공격적인 질문 끝에 시청자들의 이메일을 몇개 소개하는데 이런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미국)가 프랑스의 레지스땅스를 지원해서 나찌로부터 해방되도록 했는데 너희가 이럴 수 있냐?", 또 다른 의견은 "나찌가 2차 대전을 일으키기 전에 막았으면 그런 비극이 없지 않았냐? 이라크도 지금 당장 공격하지 않으면 너무 늦다!"... 정말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시청자 반응들이더군요... -_-
풍경 4
대구에서 참사가 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전 오마이뉴스를 통해 처음으로 전해들었습니다. CNN이 대서특필을 하는 바람에 중국, 일본도 기사을 엄청 키웠다고 그러더군요... 이곳에도 큰 화재가 두 건 났습니다. 하나는 동북부의 로드아일랜드에 있는 한 나이트클럽에서 난 불입니다. CNN에 의하면 적어도 86명이 사망했다고 하는군요. 또 하나는 엑손모빌 (Exxon Mobil)의 유류저장고가 폭발했다고 합니다. 안그래도 전쟁 때문에 기름값이 한참 올라있는데, 이 사건 때문에 기름값이 더 오를 전망이라고들 하는군요...
한가지 다행스러운 건 섣불리 테러와 관련짓는듯한 발언은 더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난번 콜롬비아호 참사 때의 성급한 오보가 남긴 교훈인지, 아니면 더이상 대형 참사와 테러를 연결짓지 않아도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테러"를 의심하는 습관이 널리 퍼졌기 때문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한 후배랑 얘기하는데 이런 얘기가 나왔습니다. "미국이 역사상 이렇게 비이성적일 때가 있었던가?" 그래서 제가 대답했죠. "언제 이런 때가 있었냐? 정말 드문 이런 상황을 목격하며 미국에 산다는 것은 어찌보면 행운일지도 모른다"고...
계속계속 열심히 관찰하겠습니다... ^^
'미국살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에서 집사기 - 3. 모기지 얻는 절차 (1) | 2007.09.08 |
---|---|
미국에서 집사기 - 2. 모기지 (4) | 2007.09.08 |
미국에서 집사기 - 1. 집을 사, 말아? (1) | 2007.09.08 |
연예인 x-file, 그리고 미국의 TV 광고 (0) | 2005.01.27 |
스타벅스와 버거킹에서 있었던 일... (0) | 2003.09.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