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소비자 주권 국민캠페인(언소주)이 조중동 집중 광고기업에게 전화를 걸어 태도 변화를 촉구하던 과거 방식에서 불매운동으로 진화했습니다. 그 대상 1호가 드디어 발표되었는데 광동제약으로 뽑혔네요. 언소주에 따르면 광동제약은 특히 조선일보에 집중적으로 광고를 했는데, 한겨레 등과 비교하면 11배나 더 많은 광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광동제약에서 광고를 공정하게 집행할 것을 약속했다고 합니다. 불매운동 개시한지 하루 만에 이렇게 1호 기업이 잘못을 시정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불매운동 역시 중단되었고 오히려 "칭찬기업" 리스트에 올려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광동제약 홈페이지
광동제약의 반응은 당연히 "억울하다"는 것이지요. 자기들보다 더한 대기업도 많은데 왜 하필 우리처럼 '조그만' 회사를 상대로 불매운동을 하느냐, 마케팅 계획에 따라 광고를 집행한 것일 뿐, 특별히 조선일보를 이뻐한 행동이 아니다 등등...
광동제약 입장에서 이것이 억울하고 뭔가 불이익을 예감했다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이제부터 조중동과 한겨레, 경향 등에 공평하게 광고를 싣겠다" 라고 발표하고 실제로 그렇게 실행하면 됩니다. 만약 광고비가 부담이라면 "조중동에 광고를 훨씬 적게 싣도록 하겠다" 이렇게 나오면 됩니다.
만약 이 운동이 별 것 아니라고 생각되면, 그냥 지금까지 하던대로 하면 됩니다. 광동제약 본사나 임직원에게 어떠한 위해도 가하지 않을테니까 아무 걱정 마시기 바랍니다. 매출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 그때가서 변화된 상황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세우시겠지요.
만약 정말 조선일보가 이뻐서 한 행동이라면 "우리는 조선일보 논조가 맘에 들어서 그 신문에 집중적으로 광고한 것이다." 라고 떳떳이 밝히시면 됩니다. 조선일보가 해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광동제약 제품을 계속 사먹지 않을 것이고, 조선일보를 좋아하는 독자들은 광동제약 팬이 되겠지요. 이것 역시 경영진의 '마케팅적 판단'에 따라 결정내리시면 되는 것입니다.
저는 광동제약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좋은 일을 많이 했는지, 또는 혹시 나쁜 짓도 종종 했는지, 그런 것들에 대해 모릅니다. 관심도 없습니다. 다만 한가지만 압니다. 조선일보에 집중적으로 광고를 하신다는 것. 그것만 고치면 저는 광동제약에 아무런 유감도 없고, 약국 또는 슈퍼에 가서 가격만 맞으면 비타500을 사먹게 되겠지요. 아니, 오히려 용기있게 "광고 편중을 시정하겠다!" 라고 선언하신다면 제가 광동제약의 팬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
불매운동이란 이런 것입니다. 죽기 살기로 "이 회사 망하게 만들어야지!" 이런 운동이 아니란 말입니다. 그냥, "나와 가치관이 다른 기업의 제품은 사주기 싫다"는 아주 최소한의 실천일 뿐입니다.
그 기업이 마음을 고쳐먹고 "시정하겠습니다." 이러면 "여러분~ 이제 불매운동 중단합니다. 우리 요구를 들어줬습니다. 이제부터는 칭찬하고 열심히 사주도록 합시다!" 이렇게 나오는 게 불매운동의 정해진 수순입니다.
광동제약 임직원들께 한마디 드리고 싶습니다.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들어보셨지요? "위기는 기회이다"는 말도 들어보셨지요?
귀사에서는 어찌보면 언소주에 고마워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언소주에서 불매운동 기업 1호로 발표하지 않았으면 저같은 사람이 귀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갈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홈페이지 들어가서 여기저기 둘러보고 스크린샷도 하나 찍어서 제 블로그에 올리지 않습니까?
위기는 곧 기회입니다. 불매운동이 대단한 걸 요구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냥 조중동에 광고를 끊든지, 한겨레, 경향 등에도 공평하게 광고를 실어주면 됩니다. 그런데 그걸 밋밋하게 해버리면 이 기회를 헛되이 날려버리게 될 것입니다. 뭔가 쌈빡한 기획을 한번 해보세요. "공정 광고 집행 선언" 이런 걸 하면서 한겨레, 경향 본사 앞에서 비타 500 시음회를 한다든지, 깜짝 선언 발표와 동시에 약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분들에게 광동 쌍화탕 한 팩 씩을 "수고했다"며 나눠 준다든지, 불매운동 중단을 기념하며, 언소주와 공동으로 전국 약국에 붙일 포스터를 기획, 디자인 한다든지...
사업은 상상력입니다. 지금 언소주의 발표로 귀사의 명예가 잠시 실추되었다고 본노하실지 모르겠지만, 귀사가 어떤 기획으로 이 불매운동을 끝내느냐에 따라 지금보다 10배, 20배가 넘는 광고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귀사의 홈페이지에 "건강은 생활의 감동입니다" 라고 나와있습니다. 바로 이 기회를 최대한 살려서 온 국민들에게 진정한 감동을 선사해 주시면 어떨까요? 지치고 힘든 사람들에게 "이런 따뜻한 기업이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들려주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조중동과 함께 사라져야 할 기업 리스트에 오를지, 아니면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날지는 오직 이번 기회를 어떻게 살리느냐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소중한 첫 성과가 나왔네요. http://cafe.daum.net/stopcjd
광동제약에서 광고를 공정하게 집행할 것을 약속했다고 합니다. 불매운동 개시한지 하루 만에 이렇게 1호 기업이 잘못을 시정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불매운동 역시 중단되었고 오히려 "칭찬기업" 리스트에 올려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물론 앞으로 약속을 잘 지키는지 모니터링을 꾸준히 해야겠지요. 아울러 "조중동 광고 전면 중단" 이런 약속을 받지 못한 걸 아쉬워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그건 기업 입장에서는 조금 무리한 요구이지요. 적어도 조선일보에 2개, 3개 갈 광고가 한겨레, 경향에게도 가면서 조선일보에는 하나만 가는... 그런 상황이면 불매운동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했다고 봅니다.
무슨 일이든 성공의 경험이 중요합니다. 잔뜩 힘주고 시작했는데 "김 새버렸다" 이런 느낌을 가지실지도 모르지만, 우리의 목적은 "싸움"이 아니라 "성공"과 "성과"가 아니겠습니까? 첫 단추를 잘 끼운 느낌이 들어서 참 기분이 좋습니다. 아울러 수고하신 언소주 일꾼들께도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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