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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영화

멜로는 살아있다, 영화 <클래식>

   "태양이 바다 위에 미광을 비추면
    나는 너를 생각한다
    달빛이 샘물 위에 떠있으면
    나는 너를 생각한다..."

<엽기적인 그녀>의 곽재용 감독, 그리고 손예진, 조인성, 조승우 주연의 영화 <클래식>을 보았다. 배우들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조승우를 제외하고는 그리 역량이 검증되지 못한 배우들이다. 조승우 역시 아직은 신인급에 가깝다. 이들이 모여서 멜로영화를 하나 찍었다... 엄청난 모험임에 틀림없다.

이 영화는 2대에 걸친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손예진이 어머니 역과 딸 역, 1인 2역을 소화해낸다. 어머니 대에는 조승우와의 사랑 이야기이고, 딸 대에 와서는 조인성과의 사랑 이야기이다. 딸은 어머니가 남긴 편지와 일기장 (조승우의 것?)을 통해 어머니의 과거 이야기를 추적해나간다.
어머니 대에나 딸 대에나 항상 삼각관계이다. 조승우는 키가 장대만한 친구와 어머니 손예진을 사이에 두고 삼각관계가 펼쳐지고, 딸 손예진은 깍쟁이같은 친구와 함께 조인성을 놓고 삼각관계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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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사전 정보없이 영화를 봤기에 이것이 멜로인지, 뭔지도 모르고 보기 시작했다. 첫화면에 펼쳐지는 그림같은 집, 하얀 비둘기, 하얀 햇살, 하얀 편지 봉투들... 아주 예쁜 영화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중간에 황순원의 <소나기>를 노골적으로 배낀 장면에서는 다소 유치한 맛도 풍겼지만, '비'가 이 영화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가 된다는 걸 감안하면 그럴 수도 있겠거니 하면서 넘어가줄만도 하다.. ^^ 일단,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관객들은 긴장해야 할 것이다. 사건은 항상 '비'와 함께 일어나니까...

결국 영화는 2대에 걸친 사랑의 대단원을 향해 치닫는다. 어머니 대의 사랑과 현재의 사랑이 만나는 그 지점... 나는 그만 소리내어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조승우가 너무나 불쌍하고, 어머니도 불쌍하고, 조인성도 불쌍하고, 그런 한편 모든 게 잘 되서 너무나 기쁘고... 그런 눈물이었다.

이 영화에서 칭찬할 것과 아쉬운 점 한가지씩을 얘기하면,
어머니 손예진은 그의 아버지가 공화당 국회의원을 지내고 있는 한마디로 빵빵한 집안이다. 조승우의 꺽다리 친구 집안과 어릴 적부터 정략적으로 결혼이 약속되어 있는 상태였다. 누가 봐도 "집안" 차이 때문에 조승우와 어머니 손예진은 이루어지기 힘들거라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영화는 이 부분을 다소 세련되게 넘어갔다. 적어도 100% 집안의 반대 때문에 이들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 집안 차이가 배경에 깔려있기 때문에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슬아슬하긴 하지만...

한편, 어머니 손예진도 그렇고, 딸도 그렇고, 상대방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정이 너무 많이 생략되어 있다. 그냥 '첫눈에 반했다'라는 한마디로 설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들의 인연과 사랑이 커가는 과정을 구구절절이 설명한다고 해서 꼭 잘 만든 영화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처럼 늘어놓다가는 2시간 다 지나가버리는 걸... ^^ 그 정도는 관객의 상상에 맡겨야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 영화를 칭찬하는 건 나의 한가지 편견 때문이다. 이찌되었건 날 울리는 영화에 대해 항상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근데, 내가 우는 영화는 참 유치하고 전형적인 것들이다...
하지만 난 믿는다.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기술도 대단한 것이라고... 그런 영화는 좀 유치해도 된다고... 아니, 유치하지 않고 고상하게 어떻게 관객을 울릴 것인가?  그런 점에서 <클래식>은 훌륭한 영화다. 내가 펑펑 울었던 <약속>만큼이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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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며 (2007년 1월)
최근에 울면서 봤던 영화는 "라디오 스타"입니다. 최곤(박중훈)의 라디오 멘트는 유치찬란 그 자체였지만... 역시 안성기의 내공이 빛나는 영화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