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멋대로 해라"는 방영 당시 시청율 15% 정도에 머무르던,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드라마입니다. 하지만 종영 이후에 많은 팬들이 생겨나고 감독판 DVD까지 출시되었습니다. 다들 컬트적인 숭배의
분위기라서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팬들을 사로잡았는지 궁금해서 보기 시작했습니다.
기본 구도는 양동근, 이나영, 공효진, 이 세명의 3각관계입니다. 이동건이 끼어서 4각 관계를 만들기도 하지만 그렇게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습니다. 이나영과 공효진은 모두 양동근을 죽도록 사랑합니다. 소매치기 전과범에, 생긴 것도 꽃미남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우리의 양동근, 여자 복이 터졌습니다.
20부작인 이 드라마에서 대충 10부까지는 양동근이 두 사람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기존 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원래 사랑하던 사람이 있었고, 새로운 사람이 생겨서 그 사람에게 갔다가, 또 어떤 사건이 생겨서 원래 사람에게 돌아오는듯 하다가, 그러다 또 발길을 돌리고... "순수의 시대"에서도 봤고, "가을동화"에서도 봤던 그런 모습입니다.
하지만 10부 이후는 두사람이 열렬히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서로서로 많은 걸 희생하지도 않습니다. 비장한 모습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괜히 무게잡고 눈물 질질짜지도 않는 아름다운 사랑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네멋대로 해라"의 사랑은 이렇게 뭔가 색다릅니다. "열렬히 사랑한다"는 표현으로 그 모든 것을 설명하기 힘듭니다. "무조건 믿는다", "상대를 깊이 이해한다" 이런 표현도 그리 적절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나마 "즐거운 사랑"이 가장 근접한 표현이 아닐까 싶습니다. 만나면 마냥 즐겁고, 다른 사람들 때문에 눈물짓거나 한숨 쉬는 사랑이 아닌, 둘만의 세계 속에서 최대한의 행복을 누리는 그런 즐거운 사랑...
미래도 없습니다. 집안의 반대나 극심한 차이같은 것도 곁가지입니다. 옛애인을 배신하는 것 역시 거리낄 것 하나 없습니다. 두 사람은 사랑하기 때문에...
생각해보면 이게 정답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드라마는 왜 그렇게 "사랑과 현실"의 갈등을 그려왔을까요? 어차피 '꿈'을 그릴 것, 이처럼 화끈하게 그리면 좀 안됩니까? 기존의 드라마는 그 속에 '현실'을 이미 짜놓았기 때문에 '일'과 '집안'을 내팽개치고 사랑을 선택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안되기도 하였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끊임없이 현실을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네멋대로 해라"에는 두 사람의 사랑에 '현실'이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이나영이 밴드를 거의 내팽개치면서 양동근과 사랑을 해도 그게 그렇게 밉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랑'이라는 마력이 드라마 전체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현실을 무시한 드라마가 아니냐구요? 그것보다는 오로지 '사랑'만을 완벽하게 그려낸 꿈같은 드라마이기 때문에 '현실'이 숨쉴 공간조차 주지 않았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끝까지 본 소감을 한마디로 얘기하면 "그렇게 재밌는 드라마는 아니지만 참 좋은 드라마"라는 것입니다. 기존의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대사들, 색다른 행동들, 색다른 사랑들... 식상한 코드들을 해체하고 새로운 전형을 만들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칭찬받을만한 드라마라고 생각됩니다.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입을 통해 "나 너 사랑해" 이런 대사 한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 흔한 키스신 한번 나오지 않고 주인공 하나가 죽어서 주위 사람이 질질 짜는 모습도 나오지 않습니다. 남녀가 만날 때마가 가는 카페 장면도 극히 드물고 마음이 심란할 때 혼자서 술마시며 폼잡는 Bar나 룸살롱 같은 곳도 나오지 않습니다.
특히 칭찬할만한 점은 한 남자를 놓고 갈등하는 두 여주인공이 나름대로 친하게 지낸다는 것입니다. 항상 콩쥐-팥쥐의 모습을 그려놓고 팥쥐가 콩쥐를 괴롭히고 음모를 꾸미는 그런 여-여 대결구도는 이 드라마에서 볼 수가 없습니다. "사랑하지만 나는 착한 애니까 원래 애인에게 돌려주겠어" 이런 모습도 없습니다. 그냥 "사랑하니까 내가 가질래" 이겁니다.
이러한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드라마의 등장인물 모두에게 해당됩니다. 어느 누구 하나 미워할만한 악역이 없습니다. 이나영을 괴롭히는 아버지도, 이나영과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오빠 이세창도, 양동근을 구박하는 공효진 동생도 다들 연민이 느껴지고 귀여운(?) 면이 있습니다. 흔히 악역을 한둘 정해놓고 그 사람을 통해 시청자들이 카타르시스를 풀게 만드는 꼼수는 쓰지 않았습니다.
기존의 드라마가 슬슬 식상하기 시작하는 분들, 나름대로 드라마를 보면서 다음 내용을 예상할 정도의 내공을 갖춘 분들에게 강추입니다. 뭔가 새로운 드라마를 원하는 분 모두에게도 강추입니다. 평균 이상의 재미는 보증합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거나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 드라마에 비해서는 재미가 조금 떨어지지만, 남녀의 사랑 이야기로 별 반전도 없이 20회를 끌어온 능력 하나는 인정할만 합니다. 다만 '재미'보다는 훨씬 얻을 게 많은 드라마인만큼 제가 '재미'를 덜 강조하는 것이지요...
기본 구도는 양동근, 이나영, 공효진, 이 세명의 3각관계입니다. 이동건이 끼어서 4각 관계를 만들기도 하지만 그렇게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습니다. 이나영과 공효진은 모두 양동근을 죽도록 사랑합니다. 소매치기 전과범에, 생긴 것도 꽃미남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우리의 양동근, 여자 복이 터졌습니다.
20부작인 이 드라마에서 대충 10부까지는 양동근이 두 사람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기존 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원래 사랑하던 사람이 있었고, 새로운 사람이 생겨서 그 사람에게 갔다가, 또 어떤 사건이 생겨서 원래 사람에게 돌아오는듯 하다가, 그러다 또 발길을 돌리고... "순수의 시대"에서도 봤고, "가을동화"에서도 봤던 그런 모습입니다.
하지만 10부 이후는 두사람이 열렬히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서로서로 많은 걸 희생하지도 않습니다. 비장한 모습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괜히 무게잡고 눈물 질질짜지도 않는 아름다운 사랑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네멋대로 해라"의 사랑은 이렇게 뭔가 색다릅니다. "열렬히 사랑한다"는 표현으로 그 모든 것을 설명하기 힘듭니다. "무조건 믿는다", "상대를 깊이 이해한다" 이런 표현도 그리 적절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나마 "즐거운 사랑"이 가장 근접한 표현이 아닐까 싶습니다. 만나면 마냥 즐겁고, 다른 사람들 때문에 눈물짓거나 한숨 쉬는 사랑이 아닌, 둘만의 세계 속에서 최대한의 행복을 누리는 그런 즐거운 사랑...
미래도 없습니다. 집안의 반대나 극심한 차이같은 것도 곁가지입니다. 옛애인을 배신하는 것 역시 거리낄 것 하나 없습니다. 두 사람은 사랑하기 때문에...
생각해보면 이게 정답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드라마는 왜 그렇게 "사랑과 현실"의 갈등을 그려왔을까요? 어차피 '꿈'을 그릴 것, 이처럼 화끈하게 그리면 좀 안됩니까? 기존의 드라마는 그 속에 '현실'을 이미 짜놓았기 때문에 '일'과 '집안'을 내팽개치고 사랑을 선택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안되기도 하였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끊임없이 현실을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네멋대로 해라"에는 두 사람의 사랑에 '현실'이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이나영이 밴드를 거의 내팽개치면서 양동근과 사랑을 해도 그게 그렇게 밉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랑'이라는 마력이 드라마 전체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현실을 무시한 드라마가 아니냐구요? 그것보다는 오로지 '사랑'만을 완벽하게 그려낸 꿈같은 드라마이기 때문에 '현실'이 숨쉴 공간조차 주지 않았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끝까지 본 소감을 한마디로 얘기하면 "그렇게 재밌는 드라마는 아니지만 참 좋은 드라마"라는 것입니다. 기존의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대사들, 색다른 행동들, 색다른 사랑들... 식상한 코드들을 해체하고 새로운 전형을 만들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칭찬받을만한 드라마라고 생각됩니다.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입을 통해 "나 너 사랑해" 이런 대사 한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 흔한 키스신 한번 나오지 않고 주인공 하나가 죽어서 주위 사람이 질질 짜는 모습도 나오지 않습니다. 남녀가 만날 때마가 가는 카페 장면도 극히 드물고 마음이 심란할 때 혼자서 술마시며 폼잡는 Bar나 룸살롱 같은 곳도 나오지 않습니다.
특히 칭찬할만한 점은 한 남자를 놓고 갈등하는 두 여주인공이 나름대로 친하게 지낸다는 것입니다. 항상 콩쥐-팥쥐의 모습을 그려놓고 팥쥐가 콩쥐를 괴롭히고 음모를 꾸미는 그런 여-여 대결구도는 이 드라마에서 볼 수가 없습니다. "사랑하지만 나는 착한 애니까 원래 애인에게 돌려주겠어" 이런 모습도 없습니다. 그냥 "사랑하니까 내가 가질래" 이겁니다.
이러한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드라마의 등장인물 모두에게 해당됩니다. 어느 누구 하나 미워할만한 악역이 없습니다. 이나영을 괴롭히는 아버지도, 이나영과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오빠 이세창도, 양동근을 구박하는 공효진 동생도 다들 연민이 느껴지고 귀여운(?) 면이 있습니다. 흔히 악역을 한둘 정해놓고 그 사람을 통해 시청자들이 카타르시스를 풀게 만드는 꼼수는 쓰지 않았습니다.
기존의 드라마가 슬슬 식상하기 시작하는 분들, 나름대로 드라마를 보면서 다음 내용을 예상할 정도의 내공을 갖춘 분들에게 강추입니다. 뭔가 새로운 드라마를 원하는 분 모두에게도 강추입니다. 평균 이상의 재미는 보증합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거나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 드라마에 비해서는 재미가 조금 떨어지지만, 남녀의 사랑 이야기로 별 반전도 없이 20회를 끌어온 능력 하나는 인정할만 합니다. 다만 '재미'보다는 훨씬 얻을 게 많은 드라마인만큼 제가 '재미'를 덜 강조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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