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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및 기타

우리는 경제 패러다임 변환기를 지나고 있다 - <커맨딩 하이츠: 세계경제전쟁 100년>



<커맨딩 하이츠: 세계경제전쟁 100년>은 KBS에서 올해 초에 6부작으로 방영했던 다큐맨터리입니다. 원래 미국의 공영방송인 PBS에서 제작하였고 동명의 책 역시 발간되어 있습니다. 
21세기 들어서면서 자본주의 경제는 몇가지 심각한 내부 모순을 목격합니다. 닷컴 버블, 미국 저축대부조합 파산, 롱텀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파산 등... 몇몇 버블 붕괴와 금융자본주의의 폭주 현상이 나타난 것이지요. 여기에 부동산 버블 붕괴와 서브프라임 사태는 대공황 이후 가장 큰 불경기(또는 공황)을 초래하면서 전세계를 경제 위기에 몰아넣습니다.

커맨딩 하이츠는 20세기 초반부터 현재까지 100년동안 경제 운영에 관한 사상, 이념, 이데올로기가 발전해온 역사를 보여줍니다. 소련 및 동구의 사회주의, 미국의 대공황, 케인즈주의자의 약진 및 몰락, 신자유주의의 등장, 대처리즘 및 레이거노믹스, 세계화, 테러리즘... 

이 다큐멘터리를 6시간동안 보고나서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제 무식함을 좀 고백해야할 것 같은데요, 저는 자본주의라는 것이 하나의 전형적인 모습이 있고 그것이 큰 변화없이 100년 넘게 이어져 왔다고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경제사상사 개론' 다큐멘터리는 자본주의 내에도 다양한 경제사상들이 존재하며 그것들 중 하나가 주기적으로 힘을 얻거나 잃는 일이 반복되어 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100년 전이라고 하면 아주 낙후된 옛날로 생각될지 모르겠지만, 20세기 초반의 세계 경제는 지금만큼이나 자본과 물자의 이동이 자유로왔다고 합니다. '자유무역'의 이상이 실현되고 있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1차, 2차 대전을 겪으며 각국은 보호무역을 강화하게 되고 대공황과 함께 뉴딜로 대표되는 국가주도 자본주의가 자리잡게 됩니다. 
또한, 제가 무의식중에 "자본주의에서 이러이러한 건 당연한거야." 라고 믿어왔던 것들이 비교적 최근(1980년대 초)에 득세한 이데올로기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즉, 하이예크가 이론적 기초를 제공하고 레이거노믹스와 대처리즘으로 구체화된 신자유주의 이념, 그것을 자본주의의 모든 것으로 알고 있었다는 것이지요.

예를 좀 들어봅시다.
"국영기업의 생산성은 형편 없으므로 국유기업들을 민영화하여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그러면 시장 경쟁에 의해 가격도 낮아질 것이다" 이런 얘기...
"기업의 주인은 주주이다.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기업을 운영해야 한다" 이런 얘기... 
"은행 및 기업의 활동에 대한 정부의 간섭은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얘기...
"평생 직장은 없다. 경쟁력이 떨어지면 구조조정으로 퇴직당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얘기...

일일이 나열하자면 끝도 없는 저 모든 "당연한 것들"이 겨우 30년 전부터 싹터서 서서히 그 세력을 얻어온 이데올로기들이라는 것이지요. 다시 말하면, 1970년대만 해도 저런 생각들은 소수 경제학자들의 극단적인 주장에 불과했습니다. 사실 박정희 정권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만 떠올려봐도 쉽게 납득이 됩니다. 국가가 나서서 경제개발계획을 세웠고 기업은 국가의 손발이 되어 그 계획을 충실히 이행해 왔지요. 이 과정에서 주어진 막대한 특혜와 보조금, 그리고 보호무역주의... 지금같으면 당장 WTO의 제재가 떨어질 그런 일들이 불과 40년 전에 일어났던 일들입니다.

신자유주의는 97년 IMF 구제금융을 거치면서 우리사회에 지배적 이데올로기로 자리잡습니다. 대부분의 은행의 대주주 자리는 외국인이 차지하게 되고, 수많은 공기업들이 민영화되고 주식시장에 상장이 되었습니다. 급기야 미국과 FTA를 체결하고 이 정부 들어서는 지상파 방송, 수돗물, 그리고 의료까지 민영화하겠다고 설치고 있습니다. 
저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저처럼 태어나서 신자유주의밖에 구경하지 못한 사람도 이것 외에 다른 경제운영방식이 있을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하는데, 지금 경제를 운영하는 분들은 저보다 훨씬 나이도 많을텐데 왜 신자유주의만 붙잡고 있을까요? 그분들은 저보다 자기성찰 능력이 훨씬 모자란 것일까요?


이제 신자유주의가 전세계를 풍미한지 30년이 다되어 갑니다. 케인즈 이론이 득세한지 30년 정도 지나서 신자유주의가 등장하였듯이, 신자유주의 30년의 종착역은 뭔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등장일 것입니다. 우리 세대는 이제 그 격변기의 한 가운데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 증거들은 속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부동산 버블 붕괴와 통제받지 않은 투자은행들의 대형 손실 때문에 오바마 정권은 은행(Citi, BoA 등), 보험사(AIG) 등을 국유화하고 있습니다. 물론 '국유화'라는 단어는 절대 사용하지 않지만, 그 회사들의 대주주는 이미 미국 정부입니다. GM, GE 같은 대형 기간산업 역시 정부의 지원을 애타게 기다립니다. 정부 개입의 최소화를 주장하는 신자유주의 하에서 가능하기나 한 일입니까?
어제는 잭 웰치의 인터뷰 기사가 났습니다. 1981년부터 20년동안 GE 최고경영자를 역임한 사람.. 전세계에게 가장 존경받는 CEO였던 사람.. GE의 시가총액을 수십 배 올려놓았던 사람.. 그런 반면 매년 10%의 감원을 추진한 냉혹한 기업 구조조정가.. 그가 입을 열어서 "주주가치 극대화 경영은 어리석었다"고 고백하는군요.
우리나라는 GDP가 꾸준히 높아져가고 있지만 고용없는 성장, 양극화라는 이전에 볼 수 없던 문제가 가 이미 등장하였습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말했듯이 우리사회는 점점 '동물의 왕국'이 되어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높아져가는 사교육비로 더이상 계급 상승의 통로가 막혀버린 동물의 왕국... 의료의 민영화로 힘없는 사람은 아프면 그냥 죽어야 하는 동물의 왕국...

2009년 현재, 지금은 전세계적인 자본주의 경제 패러다임 변환기라고 생각됩니다. 기존의 이념(신자유주의)은 수많은 문제를 양산한 채 낡은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다고 새로운 대안이 보이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하기에 지금은 혼란기입니다. 모두가 길을 묻고 있고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같이 취미로 경제 다큐멘터리나 시청하는 아마추어에게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습니까? 그저 남의 얘기를 덥석 믿지 않고, 예전보다는 훨씬 신중하게 행동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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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너스로 제가 추천해드리는 경제 관련 다큐멘터리입니다.

<글로벌 마켓> (2003): NHK에서 만든 것인데 아마 MBC에서 방영했을 겁니다. 자본주의의 최전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들만의 깊숙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월스트리트 전사들> (2007): 방송대학TV에서 방영되었습니다. 글로벌 마켓보다 깊이는 덜하지만, 월스트리트의 다양한 투자자들을 밀착 취재하여 그들의 세계를 보여줍니다.

<대국굴기>(2006): 중국에서 만든 다큐멘터리입니다. 역사적으로 세계 초강대국들이 어떻게 그 자리에 오르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쇠약하게 되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