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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 성공학은 우파의 이데올로기인가?

앞의 글에서 저는 성공학의 이데올로기가 싫었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성공도 실패도 모든 건 네 탓이다", "열심히 노력하면 부자되고 성공한다..."
이런 얘기는 얼핏 들으면 지금 현재의 결과 (부자인가 가난한가) 를 가지고 그 사람이 살아온 과거 (노력했는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아주 위험한 발상으로 발전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위험한 발상은, "부자들은 성실한 사람들이니까 그들을 도와주기 위한 정책을 펴자. 가난한 사람들은 게으른 사람들이니까 그들에 대한 복지혜택 같은 것 줘봤자 모럴헤저드만 불러올 것이다"
이런 것도 있지요.
"공부 잘하는 애들은 열심히 노력하니까 그들을 위해 특목고, 국제중 이런 것 만들어서 마음껏 경쟁하도록 하자. 공부 못하는 애들은 어차피 공부에 관심도 없는 애들이니까 공교육 정상화 이딴 짓 해봤자 아무 소용 없다."

어떻습니까? 많이 들어보던 얘기 아닙니까? 특히 조선일보 칼럼같은 데서 쉽게 볼 수 있는 주장 아닙니까? ^^
저는 이것이 성공학과 아무 상관없는 우파의 이데올로기일 뿐이라고 앞의 글에서 말씀드렸습니다. 즉, 성공학의 핵심 메시지를 교묘히 뒤집어서 자신들의 이데올로기가 성공학에 의해 뒷받침되는 것처럼 현혹시키는 것입니다.

설사 우파들의 이러한 이데올로기가 성공학과 약간의 관련성이 있다하더라도 국가/사회의 운영원리로 채택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또다른 고민이 필요합니다.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아빠 가난한아빠>에 반복적으로 나오는 말은 "세금은 나쁘다"는 것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세금을 아예 안내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세금을 내지 않으면 도로도 못만들고 군대도 운영하지 못해서 결국 나의 안전과 편안함은 보장되지 못한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하기에 세금의 필요성은 인정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최대한 합법적으로 절세를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습니다. 금융기관의 비과세상품에 가입한다든지, 세금공제 혜택을 위해 현금영수증을 꼭꼭 챙긴다든지, 이런 식의 '개인 차원'에서 되도록 세금을 적게 내기위해 노력하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즉, 개인차원에서 "세금은 나쁘다"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렇다고해서, 국가/사회 차원에서 "세금은 없어져야한다"에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케팅의 지존인 브라이언 트레이시는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성공하려면 최대한 많이 성공을 위한 시도를 하십시오." 그의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떤 한번의 시도를 통해 성공할 확률은 아주 낮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시도를 많이 하면 할수록 전체적으로 성공할 확률은 점점 높아집니다."
다른 말로 풀어쓰면,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814만분의 1 이지만, 로또를 한 장 사는 사람과 수백, 수천, 아니 수만장 사는 사람 사이에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분명히 다르다는 것입니다.
블로깅으로 예를 들어볼까요? 글 하나 써서 파워 블로거가 될 확률은 아주 낮지만, 수십, 수백, 수천 개를 쓰면 파워 블로거가 될 확률은 그만큼 더 높아집니다. 이제 좀 확~ 와 닿습니까? ^^
(이것은 제가 "큰 수의 법칙"으로 쓴 다른 글에 자세히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성공학에서 하는 얘기는 개인에게 아주 유용한 게 많습니다. 아주 과학적이기까지 하구요. "성공하고 싶으면 성공을 위한 시도를 최대한 많이 하라" 너무나 설득력있고 꼭 지켜서 나도 성공을 해야겠다 그런 생각이 드는 명언입니다.
그런데, "성공한 사람은 이렇게 노력을 많이 한 사람이다. 그러니 그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펴야한다" 이렇게 되버리면 우파의 이데올로기가 되어버립니다. 개인에게 성공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소박한 학문이, 졸지에 사회의 운영원리가 되어버리면서 우파들과 함께 도매금으로 욕을 먹고 마는 것입니다. 이것이 자기계발서를 열심히 쓰시는 분들, 열심히 강연하시는 성공학 강사분들이 바라던 결과는 절대 아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