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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발전을 요구한다>가 말하는 신자유주의의 허상

IMF 구제금융 이후에 우리사회에 불어닥친 변화를 한마디로 규정한다면 "신자유주의의 맹목적 추종"이었다.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의, 아주 격렬한 변화였다. 온 사회와 문화를 통째로 뒤흔든 신자유주의의 맹폭에 '괜찮은' 직장은 사라졌고, 대규모 비정규직이 양산됐으며, 우량 기업들은 민영화되거나 외국자본의 손에 넘어갔고, 국민들은 무한경쟁에 시달리고 있다.

97년 구제금융 시기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생각해보라. 그 이전에 우리가 갖고 있던 신념체계에 얼마나 큰 변화들이 있었는지.
그때도 청년실업이 지금처럼 심각했는지, 대학생들이 '스펙'을 갖추기 위해 밤낮없이 어학연수다, 자원봉사다 하면서 뛰어다녔는지?
그때도 '평생직장'은 없다면서 직장에 들어가자마자 이직을 고민하고 자격증을 따기위해 동분서주했었는지?
'관치' 논란은 있었지만 은행은 국민경제를 위해 봉사했을 뿐 1조씩 순이익을 거둬들이는 집단이 절대 아니었는데, 조흥은행이 외국자본에 넘어가는 것을 시작으로 우리은행을 빼고는 모두 외국인이 대주주인 현실...

'그때'와 지금 1인당 GDP가 2배 차이가 나서 우리 삶은 2배나 좋아졌는가? 아버지 혼자 벌어서 4인가족이 풍족하진 않지만 그럭저럭 중산층 삶을 영위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맞벌이를 해도 허리가 휘는 게 현실이 아닌가? 주가지수가 2000을 왔다갔다 해도, 수출이 비약적으로 성장해도, 그러한 각종 경제통계와 '생활인'의 삶의 질은 전.혀. 비례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신자유주의를 여전히 '절대진리'로 떠받들고 있는 이상한 현실...
"공공기관이 비효율적이다"는 뜬금없는 소리에 아무 근거도 없이 "민영화가 대안이다"를 받아들여왔다. "직원의 충성심, 애사심을 고취시키므로 평생직장을 보장해야 한다"는 동양의 직장문화는 "철밥통들의 한가한 소리"로 치부되고 말았다. "개방만이 살길이다"는 논리에 혹해서 미국과 대책없이 FTA를 체결하고 검역주권을 모두 포기한 채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다. 갑자기 외국자본이 '구세주'로 변신하고 정리해고는 기업을 효율성을 위한 필요악이고, 비정규직 역시 기업의 효율성을 위한 필요악이고...
이러한 이데올로기들에 언제부터 설득당하기 시작했는지, 그리고 그 시점부터 우리의 삶이 더 나아졌는지 팍팍해졌는지 생각해 보셨는가...


캐임브리지대학 교수인 장하준 교수가 공저한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 장하준의 경제정책매뉴얼>에 대한 기사를 읽으며 떠오른 생각은 한가지이다.
"이제 신자유주의 실험은 끝났다. 잘못된 경제정책, 잘못된 이데올로기는 용도폐기 되어야 한다"
신자유주의 초기에는 "여기에 뭔가 길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라도 있었지만, 장하준 교수는 역사 속에서 실증적으로 신자유주의의 실패와 허구를 지적한다.

이만큼 했으면 됐다.
국민들의 삶의 질을 전혀 개선하지 못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정책들은 이제 과감히 집어던져야 한다. 우리들 역시 그 미몽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