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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및 기타

성공학에 대한 편견과 오해

내 친구 중 하나는 자신이 슬럼프에 빠져있다고 생각될때마다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을 읽는다고 합니다. 그 속에서 다시 활력을 찾고 자신의 각오를 다시 다지고 "파이팅"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지요.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는 어릴 적 읽었던 위인전이 거의 전부인데, 사실 서점에 가보면 "나는 이렇게 성공했네" 라는 <7막 7장> 류의 책도 넘쳐나고, "나는 이렇게 돈 벌었네" 라는 <김대리의 10억 만들기> 류의 책도 넘쳐나고, "이렇게 하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는 <부자 아빠> 류의 책 역시 넘쳐나는 것이 사실입니다.


성공학에 대한 나의 편견

성공학 또는 자기계발 또는 경영/처세로 분류되는 이런 서적 또는 강연들에 대해 저는 좀 부정적인 편견을 갖고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 첫번째는, 책은 그렇다 쳐도, 성공한 사람이 왜 힘들게 강연을 하면서 돈을 벌려고 하냐 하는 거였습니다. 이미 성공했고 돈도 많다면 그렇게 강연을 하러 쫓아다닐 이유가 없다는 것이지요. 즉, 아직 성공을 못했기 때문에 여전히 '강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것이고, 혹시 성공을 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다른 분야'에서 성공하고 그 비법을 전수하는 것이 아니라 '스타 강사'로만 성공한 것이 아니냐 이런 편견이었던 것이지요.

두번째는 성공한 사람들이 퍼뜨리는 이데올로기가 싫었습니다. 대표적인 게 "모든 게 네 탓이다"는 것이지요. 성공하는 것도 네 탓이고 실패하는 것도 네 탓이다... 이런 식의 이데올로기는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는 결과를 낳게 되지 않나 하는 우려 또는 반감이 드는 것이지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에서 로버트 기요사키는 "세금은 나쁘다"고 강조합니다.  "학교는 공장이다"는 얘기도 하지요.  이 모든 게 너무나 반사회적으로 들리더라구요.  부자가 세금을 내서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공적 부조의 역할을 없에자는 것이냐... 하는 반박을 하면서도 끝까지 다 읽었습니다만... ^^;;;


강사가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면 어떻냐?

젊은 시절에는 이런 편견들을 가지고 성공학 관련 서적과 강연들을 애써 무시해왔습니다. 그런데 요즘 나 자신이 슬럼프에 빠지면서 내 친구 이야기가 생각나더군요. 나 역시 '기'를 좀 받으려고 책도 읽고 오디오북도 제법 찾아 듣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게 되더군요. 마음이 좀더 넉넉해졌다고 할까, 인간이 좀더 성숙해졌다고 할까, 성공학에서 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얘기들이 귀에 들어오고 예전에 '잘못된 이데올로기'라고 치부했던 얘기들이 어떤 차원에서 하는 얘기인가 하는 게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말했던 첫번째 편견, 성공학 강사들이 정말 성공한 사람들이냐? 로버트 기요사키나 도널드 트럼프처럼 성공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타강사'이기만 한 사람도 물론 있습니다. 그렇지만, 강사가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고 해서 그 사람의 얘기가 모두 헛소리인 것은 아닐 것입니다. 목표를 세워라, 실천을 해라, 꾸준히 자기 계발을 해라... 이런 식의 너무나 당연한 얘기들은 누가 해도 올바른 얘기입니다.
문제는, 이것이 당연한 얘기인 줄 뻔히 알고 있지만 내 삶은 실제로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성공한 사람이든 스타강사이든, 누군가 나에게 "이러이러한 이유 때문에 넌 목표를 세우고 실천을 하고 자기계발을 해야해"라고 설득력있게 얘기한다면 "아... 나는 지금껏 너무 게으르게 살았구나..." 하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됩니다. 일종의 "뽕 (마약)"과 비슷한 효과가 아닐까요? ^^ 긍정적인 면에서, 부정적인 면에서 말입니다.
긍정적인 면에서는 끊임없이 내 삶을 반성하고 개척해나가려는 의지를 일깨우게 된다는 것이지요. 만약 중독성과 부작용만 없다면 이런 뽕은 매일매일 맞아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부정적인 면은 뽕을 맞는데에만 맛들일 때 생깁니다. 열심히 성공학 강좌들을 찾아듣기만 하고, "오늘 좋은 말씀 많이 들었다"라며 거기서 얻은 지식을 머리 속으로만 간직한 채 아무 실천을 하지 않는 게 바로 이 뽕의 부정적인 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성공학 메시지의 이데올로기화가 문제이다

제가 가졌던 두번째 편견, 즉 성공학이 갖고 있는 이데올로기 문제입니다. 성공학에서 하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놓고 보면 틀린 말이 별로 없습니다. 즉, "세상에는 왜 성공한 사람도 있고 실패한 사람도 있느냐? 유산을 물려받지 않는 이상, 특별한 노력을 한 사람들이 성공한다. 그런 노력을 하지 않고 방구석에서 허황된 꿈만 꾸는 사람들은 성공할 수 없다." 이 말에 틀린 것 있습니까?

이 말을 약간만 바꿔 봅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특별한 노력을 했다. 실패한 사람은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
어떻습니까? 비슷한 말 같지만, 이 말은 선듯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p 이면 q 이다" 라는 명제 [노력한 사람이면 -> 성공한다]를 "q 이면 p 이다 [성공한 사람이면 -> 노력한 사람이다]" 로 바꾼 것이라서 그렇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명제의 역이 항상 참인 것은 아닙니다.

첫번째 나온 문장은 성공을 하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하라는 것을 강조한다면, 두번째 나온 문장은 모든 성공한 사람을 찬양하고 모든 실패한 사람을 게으름뱅이로 낙인찍는 뉘앙스가 있습니다. 저는 성공학의 메시지를 두번째 문장으로 이해해왔기 때문에 그 이데올로기가 싫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저 말고도 성공학의 메시지를 두번째 문장으로 이해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더라구요. 즉, 개개인에게 주는 성공학의 메시지를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분들 눈에는 가난한 사람들은 모두 게으름뱅이로 보이겠지요.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은 우리네 부모님들만 봐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성실하게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기를 치거나 부정한 방법을 동원해서 사회적으로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도 조금만 둘러보면 많습니다.

성공학이 전하는 메시지는 거창하지 않습니다. 열심히 노력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성공에 한발짝 더 다가간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메시지가 q -> p 이런 식으로 변형되면서 이데올로기화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모든 부자를 찬양하고 모든 가난한 자를 꾸짖는 이데올로기. 부자를 위한 정책을 옹호하고 가난한 자를 위한 정책을 부정하는 이데올로기. 바로 이것이 문제일 뿐, 성공학을 개인의 차원에서 말 그대로 "자기계발"을 위한 양식으로 활용한다면 나름대로 그 의미가 있다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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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성공학의 이데올로기화 문제에 대해 다음 글에서 좀더 자세히 다뤘습니다.